북한이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진수기념식을 개최한 지난 25일, 새 구축함 못지 않게 이목을 끈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였다. 어느새 아버지만큼 키가 훌쩍 자란 주애는 최근 들어 퍼스트 레이디 같은 옷차림과 태도를 선보이고 있다. 실제 퍼스트 레이디인 리설주 여사 대신 김정은과 함께 공식 석상에 등장하면서 4대 세습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굳혀나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지껏 모습을 드러낸 적 없는 장남이 진짜 후계자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동신문이 지난 26일 보도한 북한 신형 구축한 진수기념식 사진 속의 주애는 반묶음 머리에 흰색 재킷, 검은색 정장 바지 차림이다. 리설주 여사와 워낙 닮은 얼굴에 헤어스타일이나 패션까지 유사하다. 지난 2022년 11월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지휘하는 현장에 처음으로 등장했던 주애는 당시만 해도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어른스러운 외모다. 주애는 2013년생으로 추정된다. 아직 십대 초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외모뿐만 아니라 태도도 확연히 바뀌었다. 2023년 8월 해군절 행사에서는 긴장하거나 겁먹은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주민들과 스킨십을 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주애는 김정은의 공식 후계자처럼 비춰지고 있다. 김정은만의 여러 가지 특권을 함께 누리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2023년 2월 건군절(인민군 창설일)에는 주애가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을 달지 않은 점이 포착됐다. 김일성·김정일의 초상이 담긴 '쌍상 초상휘장'은 북한 일반 주민부터 최고위층을 막론하고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마음에 모시고 다닌다’는 의미에서 가슴 왼쪽에 착용한다는 규칙까지 정해져 있다. 이 의무에서 자유로운 것은 이전까지 김정은 뿐이었다. 이밖에 일부 사진에서는 주애가 김정은보다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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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석상에서 주애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사이, 리설주 여사의 공개 활동은 급감했다. 리 여사는 주애의 등장 초기에는 딸과 동석해 돌보는 모습을 자주 보였지만, 지난해 1월 신년 경축 공연 이후로는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 여사가 주애와 함께 등장할 경우 어린아이 이미지를 벗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주애만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김정은과 리설주는 주애 외에도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더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장남과 셋째딸은 아직까지 공식 석상에 등장한 적이 없다. 일각에서는 숨겨진 장남이 진짜 후계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장 출신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정은이 그랬듯 장남 역시 현재 해외에서 유학 중일 가능성이 높으며, 주애가 장남 대신 활동하고 있을 뿐이라는 추정을 지난해 내놓기도 했다. 북한 사회에서 여성 지도자가 등장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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