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핵심 참모가 사직하는 등 ‘한덕수 대선 캠프’ 발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5월 초 대선 출마 선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무소속 출마 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리실에 따르면 손영택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28일 한 권한대행에게 사표를 제출했고 당일 수리됐다. 손 실장은 총리실 직원들에게 “많이 배웠다” “웃으면서 다시 만나자”는 취지의 고별사도 남겼다고 한다. 한 권한대행의 복심으로 불리는 손 실장은 2020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출마한 이력이 있다.
손 실장의 사의는 한 권한대행의 대선 캠프 구성 사전 정지 작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김수혜 공보실장 등 총리실 정무직 참모들도 조만간 사직해 한 권한대행의 대선 행보를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권한대행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손 실장은 원 전 장관의 측근이고 김 실장도 지난 대선 당시 원 전 장관을 도운 인물”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한 원 전 장관이 침묵을 지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고 전했다.
당초 30일이 유력하다는 말이 돌았던 한 권한대행의 사퇴 시점은 5월 초로 밀리는 분위기다. 총리실은 30일 방한하는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과의 접견 일정을 조율 중이다. 펠란 장관은 한국 조선소를 방문해 한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데 한 권한대행은 펠란 장관을 직접 만나 조선 협력을 고리로 한 대미 협상력 높이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의 사표 수리 방법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이 직접 본인의 사표를 결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 측은 한 권한대행의 당적 문제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극복’ 프레임을 전환하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포함한 중도·진보 진영 인사들을 아우르는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무소속 출마’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추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직의 부재, 대선 비용, 기호 순번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무소속이나 신당 창당은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다음 달 11일까지 단일화 협상을 마쳐야 국민의힘 후보인 기호 2번을 받을 수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은 “전국 단위 선거를 당의 도움 없이 뛰어 승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외부 일정 없이 ‘한미 2+2 통상 협상’ 결과를 보고 받으며 미국발 관세 리스크 대응에 집중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공개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비충돌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의 25% 상호관세 책정에 대해 “충격 요법”이라고 평가하며 자동차·철강 부분 관세로 초래된 피해를 두고는 “매우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잘 활용할 필요성에 주목했다. 한 권한대행은 “알래스카에 1300㎞의 가스 파이프라인과 액화 플랜트를 건설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며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비관세장벽 문제와 관련해 “개선할 수 있는 몇 가지 지점이 있다”며 고정밀 지도 데이터 수출 제한으로 인한 구글 지도(Google Maps)의 제약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