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의 공식 일정 첫날부터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며 공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섰다.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자리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승만·박정희·김영삼 등 보수 정권의 전직 대통령 묘역도 참배하면서 “공과(功過)대로 평가하되 당장 급한 것은 국민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28일 현충원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장관은 평소에도 제게 조언과 고언도 많이 해준다. 제가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이라며 “많은 분이 계시지만 대표적 인물로 윤 전 장관께 선대위를 전체적으로 한 번 맡아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다행히 응해주셨다”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공식 제안은 받기 전”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지금 이 후보 외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이고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를 잘 이끌고 가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더군다나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인해 국가가 상당히 분산돼 있는데 이 후보가 하나로 묶어서 가는 게 쉬운 과제가 아니다”라며 “나라를 위해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경선 당시에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3선 출신인 권오을 전 의원을 캠프에 영입하며 중도·보수 진영과의 접촉면을 늘렸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정규재 씨와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보수 인사들의 추가 선대위 합류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을 영입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9.77%라는 탄탄한 당내 지지 기반을 확인한 만큼 외연 확장을 통해 지금의 우위 구도를 안정적으로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충원에서는 예정에 없던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묘역도 참배했다. 포스코그룹 설립자인 박 전 총리의 경우 의정 활동은 주로 보수 진영에서 했지만 국무총리는 김대중 정부에서 지낸 진영 통합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 후보는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의 제안으로 박 전 총리 묘역를 찾았다고 설명한 뒤 “이 분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일종의 진보 보수 연합·통합 정권의 옥동자”라며 “통합의 아름다운 열매 같은 존재이니 찾아가보자고 제안해 들렀다”고 밝혔다. 비단 선대위뿐만이 아니라 집권 이후에도 이념 성향을 따지지 않은 인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전날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과거나 이념·사상·진영에 얽매여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시간이 없다. 우리 안의 이념이나 감정은 사소하고 구차한 일”이라며 “국민께서 ‘앞으로는 분열이나 대결보다는 힘을 모아 통합의 길로 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30일 당을 선대위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아직 경선이 진행 중인 국민의힘보다 먼저 선거 모드로 돌입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최고위원들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 후보와 공식·비공식적으로 경쟁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부겸 전 총리도 선대위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보수든 진보든 관계없이 능력과 경륜·평판을 두루 고려해 선대위 인선을 할 것”이라며 “현장에 밀착해 국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선대위를 꾸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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