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사람 많이도 와부렀네. 호남사람들 싹 다 이재명이여”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가리기 위한 세 번째 순회경선인 호남권 합동연설회가 열린 26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는 행사 시작 전부터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청년들은 파란 응원수술을 흔들며 '질풍가도'와 윤수일의 '아파트' 노래에 맞춰 힘찬 치어리딩을 선보였다.
'민주당의 모든 선거는 호남이 쥐고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전략 지역으로 꼽히는 호남에선 이재명 후보를 향한 응원의 함성이 압도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4년 전인 2021년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 대선 경선 때만 해도 김대중컨벤션센터는 이 후보에게 일격을 안긴 곳이었다. 당시 이 후보는 5연승을 이어가다 이낙연 전 대표에게 122표로 패했다. 하지만 이날은 당내 경선에서 90%에 가까운 득표율을 거두고 있는 이 후보의 지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 시작이 가까워지자 현장은 파란색 물결과 함께 '이재명'을 외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파란색 뽀끌이 가발과 파란색 바람막이를 착용한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며 사진 촬영을 이어갔다. 상어 인형탈을 쓴 한 시민은 가슴에 '잼딸' 스티커를 붙인 채 돌아다녔다. 트로트 음악에 맞춰 반짝이 의상을 입고 춤추는 지지자들과 곰돌이 복장을 한 사람까지 가세해 장외는 거리 퍼레이드를 방불케 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안혜원(27) 씨는 "(이 후보가) 말도 잘하고 공약도 착실히 잘 지키는 등 전반적으로 다 잘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래도 호남이다 보니 오늘 (이 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경선 때보다도 더 높을 거라고 예측한다. 90%는 당연히 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울에서 애인과 함께 광주에 놀러왔다는 김민경(28) 씨는 "그동안 경선장에 와 본 적이 없었는데 이재명을 지지하기도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이 후보의 행정력을 응원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김 씨는 "그동안 잘해오셨고 특히 억강부약을 잘 실천하실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억강부약은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준다는 뜻으로, 이 후보가 강조해 온 사자성어 중 하나다.
과학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추태진(27) 씨 역시 이 후보를 지지한다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난 윤 정권 때 삭감된 R&D 예산을 회복하고 정상화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산에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왔다는 이미영(53) 씨는 "이재명 후보를 응원하고 민주당 경선 흥행에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왔다"며 "성남시장과 경남도지사를 하실 때부터 무상교복을 추진하는 등 이미 실력이 입증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행사 시작 후 후보자 입장을 앞두고는 장내에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형광색 응원봉을 흔들며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 후보는 지지자들의 폭발적인 환호를 받았다. 행사장 안팎을 막론하고 "이재명"을 연호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일부는 의자 위에 올라서서 이 후보를 환호했다. 이어 김경수, 김동연 후보가 차례로 입장했지만 함성 소리는 이 후보에 비해 작았다.
세 후보들의 정견 발표가 시작되면서 지지자들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특히 이 후보가 단상에 오르자 장내는 그 어느 때보다 큰 함성과 박수 갈채로 잠겼다. 이 후보가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관중석에선 "이재명" 연호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정견발표를 마친 뒤에도 다른 후보와 달리 1분 가까이 함성 소리가 이어졌다.
세 후보 중 마지막으로 김동연 후보가 정견발표를 시작하면서는 지지자들이 하나둘 장내를 빠져나갔다. 행사장에 빽빽하게 들어찼던 관중석 끝자리에는 빈자리가 생기며 띄엄띄엄 앉은 사람들만 남았다.
이날 이 후보는 득표율 88.69%로 1위를 차지하며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독주 체제를 한층 굳혔다. 김경수 후보는 득표율 3.90%, 김동연 후보는 7.41%를 각각 기록했다. 이 후보는 경선 후 "호남인께서 더 큰 기대와 책임을 부여해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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