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산림 피해 면적은 역대 최대 규모인 9만 9000㏊로 추산된 '경북 산불'을 유발한 혐의를 받는 실화 피의자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24일 대구지법 의성지원 공병훈 영장전담판사는 성묘객 A(50대)씨와 과수원 임차인 B(60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 같이 결정했다.
공 판사는 구속영장 기각 이유에 대해 "피의자들의 실화를 입증할 주요 증거들이 이미 수집돼 있으며 실화와 다른 원인이 경합해 수만㏊에 달하는 산림이 소훼되는 결과가 초래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의자들의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피해 범위를 확정하는 부분에 관해 향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출된 수사 기록만으로는 주거 부정, 도망 및 증거 인멸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등을 종합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와 3시 30분부터 의성지원에서는 두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10여분 간 각각 진행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나뭇가지에 불을 붙인 사실을 인정했으나 B씨는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묘객 A씨는 지난달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조부모 묘에 자라난 어린 나무를 태우려고 나무에 불을 붙였고, 과수원 임차인인 B씨는 안계면 용기리 한 과수원에서 영농 소각물을 태웠다가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를 받고 있다.
지난 달 21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5개 시·군으로 확산돼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남겼고 28일에서야 진화됐다. 화재가 진화되자 경찰은 의성군 특별사법경찰로부터 이 사건을 인계 받아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하고 수사관 18명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했다. 이번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피의자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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