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 씨가 이상직 전 의원이 설립한 태국 저비용항공사(LCC) 타이이스타젯에 임원(상무)으로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딸 다혜 씨 부부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다가 서 씨가 채용되자 지원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서 씨의 급여 등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는 2017년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와 경제 공동체로 묶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한 것과 같은 논리다.
전주지검은 24일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의혹을 받는 이 전 의원도 뇌물 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의원의 회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채용돼 금전을 받은 서 씨와 다혜 씨는 기소유예 처분됐다.
검찰은 2018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서 씨가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채용되면서 받은 급여와 주거비 약 2억 1700만 원을 문 전 대통령이 수수한 뇌물로 판단하고 있다. 서 씨가 취업하기 직전까지 서 씨와 다혜 씨는 무직 상태로 가정불화가 있었고 문 전 대통령이 다혜 씨 가족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서 씨가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취업한 후 다혜 씨 가족은 회사가 있는 태국으로 이주하고 고급 주택과 자녀의 국제학교 학비, 생활비 등을 회사로부터 지원받았다고 한다. 또 다혜 씨는 여기서 나온 소득 일부를 서울 소재 다가구주택 매입에 사용하고 월세 수익을 얻는 등 자산 형성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서 씨가 과거 항공 업계 경력이 전혀 없는데도 해외 항공사 임원으로 취업한 것은 대가성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016년 총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됐고 서 씨는 같은 해 8월 이 전 의원 소유의 회사에 취업했다. 검찰은 “정상적 절차를 통해 임직원을 채용한 게 아니라 대통령 가족의 태국 이주 지원을 위한 부당한 특혜 채용이고 서 씨가 받은 돈은 정상 급여가 아닌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했다.
더욱이 서 씨 채용 당시 타이이스타젯은 운항을 위한 각종 사업 관련 면허 취득도 안 된 상황이어서 서 씨 채용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 조사 결과 서 씨는 재직 당시 재택근무 명목으로 출근하지 않거나 e메일 수·발신 등 단순 보조 업무를 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다혜 씨 가족의 태국 이주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11월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이 사건은 3년 5개월 만에 문 전 대통령 기소로 결론이 났다.
검찰은 앞으로 재판에서 △문 전 대통령과 다혜 씨 부부의 경제 공동체 여부 △서 씨 채용이 이 전 의원에 대한 대가성인지 등을 입증해야 하는 난관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경제 공동체’ 논리를 적용해 이 전 의원에게 돈 한 푼 받지 않은 문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은 2018년 판례에서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경제 공동체’와 같은 상황에서 비공무원이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다고 평가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국정 농단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최 씨의 딸 정유라 씨 승마 지원을 부탁했고, 삼성이 최 씨 측에 승마 지원을 위한 금전을 준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경제 공동체’로 봤고 박 전 대통령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반대로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퇴직금 50억 원을 수령한 사건은 법원이 “곽 전 의원 부자를 경제 공동체로 볼 수 없다”며 1심에서 뇌물 혐의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 측과 야권은 강한 반발에 나섰다. 문 전 대통령 측근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기소와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며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캠프도 “전 정부 탄압이자 정치 보복이 명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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