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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대만 문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닌 이유

日, 美에 中견제 ‘원시어터’ 구상 제시

“동·남중국해, 한반도 하나의 전구로”

中 대만 침공시 美 힘의 불균형 우려

주권·영토 지키기 위해 힘을 키워야

홍병문 논설위원




일본의 나카타니 겐 방위상이 지난달 미국에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제시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미국·일본·한국·호주·필리핀 등을 하나의 시어터로 인식해 협력을 심화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원 시어터’ 구상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전시 작전구역(Theater), 즉 ‘하나의 전구(戰區)’로 통합하자는 뜻이다.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자위대 위상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이 구상에서 영악스러운 일본의 외교 전술 속내를 읽을 수 있다. 현재 동북아 외교·군사 지형도에서 미국이 간절히 원하는 카드를 미리 읽고 슬쩍 내민 것이다.

전구는 지상·해상·공중전 등 전쟁이 전개될 수 있는 지역이나 장소를 의미한다. 나카타니 방위상이 언급한 ‘하나의 전구’ 구상은 지역적 범위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동중국해·남중국해를 모두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원 시어터의 주적(主敵)은 물론 중국이다. 동아시아 지역에 미국 전력을 묶어두되 중국 견제 부담을 한국·호주 등과 함께 일본이 나눠갖겠다는 것이다. 동중국해·남중국해나 대만해협 유사시에 주한미군 투입과 함께 일본의 개입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전구 구상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만 이슈가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와 대만 방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데 이 경우 심각한 힘의 불균형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임시 국가 방위전략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최우선 과제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를 내세운 군사전략 방안이다.



새로운 ‘전략 지침’ 작성을 주도한 인물은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전략에서 골격이 되는 ‘전략 지침’은 그가 2021년에 쓴 ‘거부전략(The Strategy of Denial)’이라는 책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콜비 차관이 말하는 거부전략의 대상은 중국이다. 중국의 군사적 패권주의를 분명하게 거부하지 않으면 미국은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글로벌 패권의 맹주 자리를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 책을 관통하고 있다.

콜비의 ‘거부전략’과 ‘임시 국가 방위전략’은 미국의 정치철학자 월터 리프먼이 1943년에 제시한 외교정책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한 나라의 대외적 개입은 국가의 능력이 허용되는 한도에서만 이뤄져야 하며 둘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의 능력 범위에서 벗어나는 대외 개입은 힘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분쟁과 위기 확산을 초래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개입’의 불일치 상황을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리프먼 불균형(Lippmann Gap)’이라고 불렀다.

콜비의 ‘거부전략’과 ‘임시 국가 방위전략 지침’에서 확인되듯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과의 패권 전쟁 승부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승부에서 군사력이 분산돼 리프먼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전력 약화가 초래되는 상황을 트럼프 행정부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글로벌 관세 전쟁의 최종 타깃은 중국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경제적 기반을 흔들고 집중력을 분산시켜 미중 패권 전쟁에서 미국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달 초 중국이 실시한 대만 겨냥 진격 훈련 등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결코 남의 나라 문제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석유시추선·인공섬 설치 등을 통해 해상 패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구조물을 세우며 ‘서해 공정’ 본격화 의도까지 드러내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안보 정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주한미군 역할이 대만 확장, 대중 억제로 조정되면 북한의 도발 위협 상황에서도 한국은 스스로 방어해야 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스스로 주권과 영토를 지킬 수 있도록 힘을 키워야 할 때다. 콜비 차관은 동맹국 역할 확대를 강조하며 한국의 핵무장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미국의 전 세계 방위전략 결정 과정에서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한국은 리프먼 불균형의 최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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