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한강 이북과 서남권 지역 재건축 아파트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 대한 토허구역이 잠시 해제된 사이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토허구역 확대 지정으로 실거주 의무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까지 신규 공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축 입성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재건축 아파트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
18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강북과 서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로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영등포구 당산동 유원제일2차 등이 꼽힌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여의도·목동 재건축 아파트와 달리 실거주 의무가 없고 초기 투자 비용과 입지를 고려했을 때 다른 구축보다 후한 평가를 받는 단지들이다.
-'동북권 최대어' 노원 월계시영
용적률 131% 불과…대지면적도 넓어
광운대 역세권 개발·교통호재 등 풍부
동북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단지는 월계시영이다. 1986년 준공된 40년 차 노후 아파트로 규모 면에서 서울 동북권에서 재건축 최대어다. 전용면적 33·50·51·59㎡ 등 소형 가구로만 이뤄졌으며 단지 규모가 3930가구에 달한다. 32개 동을 미륭건설·라이프주택·삼호건설이 나눠 시공을 맡으면서 미성·미륭·삼호3차로 쪼개졌다. 서로 다른 이름을 갖고 있어 단지의 앞 글자를 따서 ‘미미삼’으로 불린다.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현재 정비계획 입안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으며 다음 달 재건축 주민설명회를 열고 6월께 노원구청에 정비계획 입안을 요청할 계획이다.
월계시영이 주목받는 이유는 높은 수익성이다. 이 일대는 법적 최대 용적률이 300%인 3종 일반주거지역이지만 미미삼의 현재 용적률은 131%에 불과하다. 용적률은 전체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로 용적률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우수하다. 재건축 때 지을 수 있는 층수가 올라가고 일반분양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여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가구당 평균 대지 지분도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주택 전체 대지 면적을 소유자 수로 나눠 각 가구가 소유한 비율을 계산하는데, 지분이 클수록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분양 수익이 증가한다. 월계시영의 경우 전체 대지 면적이 넓기 때문에 소형 가구 단지인데도 불구하고 평균 대지 지분이 약 49.59㎡(15평)로 계산된다. 평균 대지 지분이 66.12㎡(20평)를 넘으면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49.59㎡ 이상이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월계시영의 매력도가 더 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일대 약 15만 ㎡ 부지에 주거 공간, 호텔, 쇼핑몰, 오피스 등을 조성한다. 2028년 지하 4층~지상 47층, 6개 동, 1856가구 규모의 ‘서울원아이파크’가 들어서면 월계시영과 함께 1만 세대 이상의 미니 신도시를 형성할 수 있다.
교통 호재도 풍부하다. 2031년 광운대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개통되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GTX-C노선이 뚫리면 광운대 역에서 삼성역까지 3정거장으로 10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성북구 석관동에서 강남구 대치동까지 동부간선도로 12.5㎞ 구간 지하화 사업이 2029년 마무리되면 강남 접근성도 향상된다.
지난해 11월 서울원아이파크 분양이 이뤄지면서 월계시영 매매도 활발해졌다. 전용 59㎡는 지난달 15일 8억 1500만 원에 거래됐다. 2021년 9월 9억 8000만 원에 거래됐을 때와 비교하면 1억 7500만 원 낮은 가격이다. 2020년 9억 원 이상 아파트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9억 원 미만 아파트가 주목받았고 당시 월계시영으로 매수자들이 몰렸다.
-'서북권 대장' 마포 성산시영
마용성 핵심입지에 5000가구 대단지
상암 DMC·한강공원 가까운 '숲세권'
서북권에서는 마포 성산시영이 대장 단지로 꼽힌다. 성산시영은 1986년 최고 14층, 33개 동, 3710가구로 지어졌다. 2020년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2023년 1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전용면적 50·51·59㎡의 소형 가구로 구성된 대단지 아파트다. 대우건설·선경건설·유원건설이 나눠 지었다.
성산시영은 지난달 마포구청으로부터 재건축추진위원회 승인이 떨어지면서 재건축조합 인가 단계를 밟고 있다. 서울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성산시영은 용적률 299%를 적용해 지상 최고 40층, 30개 동, 4823가구로 탈바꿈한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560여 가구다. 성산시영 용적률은 148%로 좋은 조건이지만 소형 가구로만 이뤄진 탓에 평균 대지 지분은 46㎡(13.9평)로 낮은 편이다.
성산시영이 주목받는 것은 한강변 주요 자치구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핵심 입지에 5000가구에 가까운 대단지가 들어선다는 점이다. 한강공원·월드컵공원·하늘공원·난지공원·불광천이 주변에 있어 ‘숲세권’으로 불린다. 월드컵경기장역·마포구청역(6호선)이 가깝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6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도 도보권이어서 교통 여건 역시 우수하다. 주변에 미디어 산업 중심인 상암DMC가 있어 직주 근접성도 좋다. 신북초·성원초·중암중까지 걸어서 통학할 수 있어 교육 여건도 갖췄다.
성산시영이 재건축에 속도를 내면서 최근 매매가격도 오름세다. 전용 59㎡는 지난달 6일과 16일 각각 12억 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1년 전 10억 원대에서 거래됐다가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시세가 올랐다. 2021년에 13억 원대에 거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최고가 대비 1억 원가량 낮다.
-'서남권 기대주' 당산 유원제일2차
더블 역세권에 업무지구 이동 편리
정비사업 7부능선 넘어 가격 오름세
서남권에서는 당산 유원제일2차 아파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유원건설이 1984년 준공한 단지로 지상 최고 13층, 5개동, 410가구로 구성됐다. 용적률은 199%이며 전용면적 84·123·145㎡로 이뤄져 있다. 인근 유원제일1차(e편한세상당산리버파크)가 지난해 11월 1순위 340대1의 경쟁률로 청약에 흥행하면서 재건축 기대감을 키웠다.
유원제일2차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 인가를 획득한 상태로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하 3층~지상 49층, 7개 동, 703가구가 들어선다. 올해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뒤 내년 관리처분 인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원제일2차에 주목하는 배경으로 입지가 꼽힌다. 서남권 준공업 지역에 위치해 과거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하철 2·9호선 당산역이 가깝고 한강과 인접한 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당산은 여의도·광화문·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이 용이해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이 몰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준공업 지역 공동주택 상한 용적률이 250%에서 400%로 상향되면서 주변 정비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문래동 등 인접 지역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도 장점이다.
정비사업의 ‘7부 능선’을 통과한 만큼 유원제일2차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전용 84㎡는 이달 2일 15억 4000만 원에 손바뀜되며 2021년 9월 기록한 최고가(15억 7000만 원)에 근접했다. 전용 123㎡는 지난달 15일 17억 2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 사업 추가 분담금이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담금이 늘어날 경우 총투자 비용이 올라가 주변 신축·준신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 단지 가격이 최고가를 기록했던 2021년보다 낮게 형성된 배경에도 1~2년 새 공사비가 급등한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월계시영 전용 59㎡를 8억 원에 매수하고 추가 분담금으로 4억~5억 원을 예상하는 상황이다. 성산시영 역시 2022년 말 정비계획 수립 당시 전용 59㎡ 이하 주택 분양 시 추가 분담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에는 공사비 급등에 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실장은 “한강 변 등 우수한 입지를 갖춘 재건축 단지들은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비 인상에 따른 분담금 부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속도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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