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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트럼프 관세전쟁 반대 못하는 美 민주당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보호무역 옹호' 엉거주춤 줄타기

노조 등 관세 우호 세력 눈치도 봐

포퓰리즘 벗고 독자 경제비전 내놔야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 대해 민주당이 보인 태도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비판이었다. 최근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의 파국적 아이디어를 공격하면서도 그와 취지가 유사한 자신들의 정책은 옹호하는 식으로 엉거주춤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 유권자에게 메시지가 와닿을 리 없다.

현재 트럼프는 70개국에 10%, 중국에는 무려 145%의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 조치는 미국 경제를 정면으로 위협한다. 현재까지 부과된 관세만으로도 미국 가계는 연평균 2700달러의 추가 지출을 떠안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 부담은 저소득층일수록 더 클 것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은 높아졌고 기업들은 감원에 들어갔으며 한때 가까웠던 동맹국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 경제에는 재앙일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이 될 수도 있지만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무역 전쟁의 폐해를 강하게 외치는 대신 “맞긴 하지만…” 식의 애매한 말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관세는 비용이 크고 역진적”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민주당이 추진하는 관세는 다르다는 식으로 합리화한다. 이중적인 태도는 트럼프 1기 당시 관세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과 그 이후의 행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8년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은 “트럼프의 대중 관세가 미국 농민과 제조업자·소비자들에게 손해를 안겼다”고 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뒤 바이든은 트럼프가 부과한 대부분의 관세를 유지했다. 일부는 오히려 확대되거나 유사한 무역 장벽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민주당은 이러한 결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런 전력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지금의 더욱 과격해진 트럼프식 관세정책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달 초 하원 민주당이 공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에서는 보호무역에 대한 어설픈 옹호가 등장했다. 크리스 델루지오 하원의원은 “수십 년간 잘못된 자유무역 합의는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다”며 “노동자 중심의 더 나은 무역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접근 방식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공화당 역시 트럼프의 관세를 ‘친노동자’라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논리적 차별성은 희미하다.



진보 성향의 포퓰리스트들 중에는 “트럼프의 관세는 잘못됐지만 관세 수익을 복지나 인프라처럼 민주당이 중시하는 분야에 쓴다면 괜찮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부담이 저소득층에게 집중된다는 문제는 외면한다. 그들은 트럼프의 방식이 서툴렀을 뿐 미국이 더 높은 경제 장벽을 쌓아야 한다는 근본적 전제는 옳다고 믿는다.

물론 특정한 상황에서 관세는 정당화될 수 있다. 예컨대 적대국이 안보에 필수적인 기술을 독점하고 있거나 수출국이 강제 노동을 활용하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든 민주당이든 그런 기준에 따라 정책을 운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들은 기타와 칫솔처럼 안보와 무관한 소비재에도 아무런 근거 없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런 함정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었던 노동조합 등 관세에 우호적인 세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反)신자유주의 성향의 포퓰리즘 싱크탱크가 당내 담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정치적 목적이 짙은 유사 학술 자료를 만들어내고 언론은 이를 사실인 양 인용한다. 공화당이 한참 전부터 활용해온 전략이지만 민주당에는 정치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민주당은 ‘탐욕 인플레이션’이나 가격통제 같은 근거가 부족한 개념까지 수용했다. 놀랍게도 이 개념들은 이제 트럼프 진영에서도 슬그머니 채택되고 있다. 민주당이 비판해야 마땅한 트럼프의 실책조차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공격적인 무역 장벽이 가져올 재앙은 더 이상 가설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예고했던 대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싫어한다. 워싱턴포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노동자들조차 이를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

이제 민주당은 더 이상 침묵을 멈춰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유권자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분명하고 확고한 거부다. 민주당이 트럼프식 민족주의 경제 노선을 답습하는 길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지금이야말로 민주당이 포퓰리즘의 덫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제 비전을 회복할 결정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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