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남아시아 순방에 오르며 미국과 맞설 다자외교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첫 해외 순방국으로 관세 폭탄을 맞은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3개국을 찾아 결속을 다지는 한편 반미 연대의 고삐를 바짝 죌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1차 미중 무역 전쟁 이후 미국 의존도를 줄여온 중국과 달리 미국은 중국을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14일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부터 18일까지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한다.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년전(인민)’ 기고문에서 “무역 전쟁과 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며 미국을 직격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후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은 국가들과의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미국에 맞서 싸우기 위한 우군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베트남은 무역에서 중국 의존도가 26%에 달한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다 화교 비중이 20%를 넘는다. 중국 최대 통신 장비 기업인 화웨이는 올 2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트리폴드폰(두 번 접는 폴더블폰)의 출시 행사를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졌을 정도다. 캄보디아도 중국과 해상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의존도가 상당하다. 중국은 이들 국가를 적극 품어 미국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지난 1차 무역 전쟁 당시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갔던 중국이 이번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배경에는 오랫동안 수출 시장 다변화를 준비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18년 19.1%에서 지난해 14.7%로 줄었다. 무역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3.7%에서 11.2%로 감소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계간 ‘한중저널’ 기고문에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전면 중단된다고 해도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6%에 달하는 내수를 5%만 올리면 대미 수출 감소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이 첨단 반도체 등 일부 부품과 제품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국가 상품이나 자국 생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자신감의 원천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은 대부분의 소비재는 물론 중간재들까지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형편이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중 무역 전쟁에서 “흑자국인 중국은 판매, 즉 돈만 포기하면 되지만 적자국인 미국은 국내에서 전혀 생산하지 않거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를 포기하게 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적 베트남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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