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으로 주택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커지면서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재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뜩이나 신규 공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 집값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소송전 등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정비 업계와 관계 기관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은 공사비 분쟁 정비구역 전문가 파견제도에 참여할 자문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달 30일까지 서울·경기·인천·충청·영남·호남 등 지역별로 두자리수 인원을 모집한다. 지원자는 정비사업 관련 실무 또는 중재 관련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방자치단체 요청시 공사비 분쟁이 벌어진 정비구역에 전문가를 파견한다. 지난해 초부터 115명의 자문위원을 운영 중이다. 국토교통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파견 인력은 분쟁중재회의 1회당 30만 원, 현장 활동비 1회당 30만 원 등의 비용을 지급받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정비사업 상담 지원, 소규모 영세사업장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지원, 공사비 검증,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원을 위해 정비사업 지원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 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시도는 지방공사에 업무를 맡길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자문위원을 크게 늘리는 이유는 최근 전국적으로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GS건설은 서울 신반포4지구 재건축(메이플자이) 조합에 총 4859억 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고, 이 중 2571억 원에 대해서는 조합을 상대로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부동산원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 인력 풀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모집”이라며 “지자체 요청이 있을 경우 필요한 분야 전문가를 선발해 자문위원으로 보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분쟁이 가장 많은 서울시는 시장 방침으로 2011년 12월부터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를 운영 중이다. 도시행정·정비, 도시건축, 감정평가, 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 170명이 활동 중인데 200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코디네이터 파견 사례는 494건에 달했다. 2020년 34건에서 지난해 111건으로 3배 늘었다. 5년간 구역전담제(274건), 현장모니터링(106건), 현장 상담소(71건), 조정중재(34건) 순으로 많았다.
경기도 역시 지난해 1월부터 전문가 35명을 뽑아 공사비 분쟁구역 파견제도를 운영 중이다.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철산 자이 더 헤리티지) 조합과 GS건설은 경기도 중재로 지난 7일 시공사 공사비 증액 요구액(1032억 원)의 절반 수준인 520억 원 증액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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