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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의 경제통감] 엉성하기 짝이 없는 '마라라고 합의'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소위 ‘마러라고 합의’에 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마러라고 합의라는 명칭을 처음 붙인 사람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스티븐 미런이다. 1985년 달러 강세를 교정하기 위해 체결한 주요 5개국(G5) 간의 비밀 협정인 플라자 협정에 빗대어 합의라고 붙였지만 실제 내용에는 국가 혹은 기구 간의 합의나 협정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합의라고 이름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마러라고 구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미런은 마러라고 합의를 기반으로 크게 세 가지를 주장한다. 먼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세계무역 질서의 불균형, 즉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달러 가치가 너무 강세이므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획기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중 미국 달러 가치를 조직적으로 떨어뜨리면서 부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것이 마러라고 합의의 핵심이다.



미런은 달러 강세가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면서 고질적인 무역적자와 제조업 경쟁력 약화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과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달러 강세의 근본적인 이유가 세계 유일의 리저브(기축) 통화라는 데 있다고 해석한다. 세계 각국이 리저브 통화인 달러를 보유하려 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세계 각국이 달러 리저브를 충분히 보유하게 하기 위해 무역수지 흑자를 쌓아야 하고, 미국은 필연적으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리고 달러 강세는 달러화가 국제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현상이었다고 본다. 따라서 미국의 고민은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을 살리면서 동시에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 부채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존 미국 국채를 이자가 없는 반영구 비유통 100년채로 ‘사실상 강제로’ 전환시키자는 방안이다. 이를 촉진시키기 위해 미국의 방위 보호막 서비스를 유인으로 제공함과 동시에 만일의 긴급한 금융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무제한에 가까운 비상 신용 라인을 허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국채를 매입 혹은 보유하는 경우 일정률의 사용료를 청구해 국채 보유를 억제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금 등 실물자산의 재평가 이익을 활용해 국가 부채를 줄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거의 망상에 가깝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하고 있고, 또 고율의 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제한될 텐데, 그 경우 다른 나라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자국 통화의 강세에 흔쾌히 동의하기가 어렵다. 또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고수하려고 하면 할수록 달러 가치 하락 유도는 힘들어진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가치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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