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자들은 무역에 관한 한 경제학을 무시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들의 정책은 끝내 현실과 충돌을 일으켜 종종 어색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며 국내 생산과 고용 촉진이라는 명시적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보호무역 정책에 진심이겠지만 25%의 수입관세로 국내 자동차산업을 무너뜨리고 중국 브랜드에게 글로벌 시장을 넘기는 것은 바로잡기 힘든 실책이 될 것이다.
관세 신봉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트럼프 관세가 높은 임금, 수 백만 개의 추가된 일자리와 타인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켜줄 강력한 제조업에 기반을 둔 미국의 황금기를 불러올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말해도 가능성이 낮은 얘기다.
한동안 미국 제조업의 총아였던 자동차 산업은 그 이후 관세를 비롯한 보호조치를 발동해 외국의 경쟁자들로부터 그들을 지켜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 그러나 정부의 보호조치는 자동차 시장을 왜곡했다. 점차 경쟁력을 잃은 자동차업계는 이제 중요한 시장에서 해외의 라이벌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얼마나 알뜰하게 챙겼는지 보여주는 재미있는 본보기가 이른바 ‘닭고기 세금’(chicken tax)이다. 이는 1960년대 빈티지 경트럭에 부과된 25% 관세로 원래는 독일산 폭스바겐 콤비 미니밴과 픽업 트럭을 겨냥한 것이었으며 미국산 닭고기에 유럽이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 조치의 성격이다. 세계 무역 규칙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경트럭 수출국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한 닭고기 세금은 여전히 유효한 규정으로 남아 있다.
닭고기 세금에 의해 보호를 받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픽업 트럭과 경트럭으로 분류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만드는데 주력했고, 이들이 지금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80%를 차지한다. 반면 픽업 트럭과 달리 2.5%의 미미한 관세가 매겨진 승용차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로 인한 결과중 하나로 미국산 승용차는 지구상에서 가장 연료 효율성이 낮은 자동차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요한 외국시장에서 미국산 차량이 완전히 매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외에 높은 연료비, 좁아진 도로폭 등을 감안해 소형 승용차를 선호한다.
트럼프의 보좌관들은 닭고기 세금이 불러온 이러한 왜곡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무역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일본을 압박해 끌어낸 대미 자동차 수출의 자발적규제(VER)를 무역정책의 황금표준으로 여긴다. VER에 따라 일본 자동차사들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세우고 현지 노동자를 고용하는 등 미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일부가 됐다. 1991년에 이르면 일본 자동차사들이 미국의 자동차 및 픽업 트럭 생산량의 1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 자동차사들의 경영방식에 재빨리 적응했고 닭고기 세금으로 알려진 25% 관세장벽의 보호를 누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관세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스티커 쇼크를 얀겨줄 것이다. 미국 자동차 노동자연합(UAW) 지도부는 관세를 지지하지만 조합원들은 벌써 대량 해고를 걱정한다. 높은 가격과 헝클어진 공급망이 수요를 감소시키고 생산량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전반의 실제 피해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진실의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 기후변화는 전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수요를 강화했다. 중국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미국인들은 값싼 중국산 차를 구입하지 않는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산 차량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높은 관세와 다른 무역장벽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고스란히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미국산 전기차는 중국 전기차에 필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전기차인 BYD 시걸은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옵션의 절반가 이하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파트너들로부터 단절된 채 고율관세의 보호를 받는 미국의 자동차메이커들은 기후변화를 무시하고 해외시장을 중국에게 넘기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관세장벽으로 둘러쌓인 국내시장에서 내국인들을 상대로 연료비가 많이 드는 비싼 자동차를 판매할 것이다. 나바로의 눈에는 관세가 미국이 식민지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사들은 고립된 섬이 돼 이 세상에 미미한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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