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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보톡스 소송전'…사법리스크에 수출 발목 [View&Insight]

식약처, 1·2심 패소에도 잇단 상고

그사이 메디톡스 등 7곳 허가 취소

매출 절반 줄고 해외서 이미지 타격

식약처 줄소송에 혈세낭비 지적도

결과따라 유사 소송은 재검토 필요





보툴리눔 톡신 업계가 4년 넘게 이어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법적 분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086900)와 소송에서 1·2심에서 잇따라 패소하고도 대법원 상고를 이어가며 업계에 사법리스크 부담을 주고 있다. 관련 기업들은 장기간 소송으로 제품 개발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실상 업계 전체와 대규모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의미없는 소송에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동일한 사안의 경우 대법원 판례가 준용되기 때문에 만약 메디톡스 관련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지 않는다면 식약처는 다른 소송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약처와 보툴리눔 톡신 기업 간 행정소송 심리가 재개되고 있다. 메디톡스가 대전지방식약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경우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결정 없이 4개월의 심리기간을 넘기며 본안 심리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비엔씨가 대구지방식약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첫 심리도 오는 17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예정돼 있다.

이 소송들은 식약처가 업계 관행처럼 지속됐던 간접수출에 대해 2020년 제동을 걸면서 시작됐다. 식약처는 당시 보툴리눔 톡신 등 생물학적 제제는 약사법상 국내에 판매하려면 품목허가 외에도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관련 회사들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의약품 취급 자격이 없는 국내 무역업체에게 제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메디톡스를 시작으로 휴젤(145020), 파마리서치(214450),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휴온스바이오파마 등 7개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해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업계는 국내 판매용 제품도 수출용으로 생산돼 도매상에 판매됐기 때문에 국가출하승인 대상이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년 간 이어진 법정소송에서 법원은 대부분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메디톡스는 2023년 1심에 이어 2024년 2심에서도 승소했다. 파마리서치바이오와 휴젤은 각각 2023년, 2024년 진행된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메디톡스 사건을 대법원에 항고하는 등 기업들과의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수 년 간 소송이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의 경쟁력은 악화됐다. 메디톡스의 경우 2019년까지 톡신·필러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며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2020년 허가 취소 이후 매출이 46% 급감했다. 40%가 넘던 영업이익률은 급감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수출국에서의 이미지 실추 역시 불가피했다. 업계 관계자는 “허가와 처분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식약처의 결정에 억울해도 대응이 쉽지 않다”며 “행정처분을 받은 기업 입장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도 부담이고 승소하더라도 보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이후 다른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약처가 대법원이 판결까지 구할 수는 있겠지만 그 판결에 따라 대응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식약처가 반복해서 패소한다면 법률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병욱 법무법인 두율 변호사는 “패소로 상대방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식약처의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식약처가 여러 기업들과 항소·상고를 반복하고 있어 소송 비용만 해도 수 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1·2심에서 패소한 상황에서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것은 비용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며 “대법원에서 판례가 한 번 정립되면 동일한 사안을 다투는 다른 소송들은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되는만큼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간접수출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기로 결정했다”며 “대법원 판결 이후에 다른 사건에 대해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등 주요 기업들은 미국·유럽·중남미 등 60여 개국에 수출에 나서고 있다. 규제기관과의 법적 다툼이 산업 전반의 신뢰와 역량을 훼손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해석 기준의 합리화가 필요하다. 식약처가 행정처분에 앞서 충분한 법적 검토와 신중한 판단을 거칠 수 있도록 내부 절차를 정비해 억울한 피해를 입는 기업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 바란다.

왕해나 바이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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