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창업한 구글은 2000년 행동 강령으로 ‘사악해지지 말 것(Don’t be evil)’을 내세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03년 테슬라를 창업하며 인류에 대한 자신의 헌신이 멋진 전기차를 만들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페이스북은 2006년 대학 외부에 서비스를 공개하기로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더 강한 관계, 많은 기회가 있는 더 강한 경제, 우리의 모든 가치를 반영하는 더 강한 사회”를 만들 도구가 되기를 꿈꿨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들 기업이 바꿔놓은 세상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유튜브의 추천 시스템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을 더욱 극단적인 콘텐츠로 쏠리도록 유도해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트위터는 X로 이름을 바꾼 뒤 인종차별과 성차별, 음모론을 지지하는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인스타그램은 타인과 비교하는 문화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자존감 저하와 우울증 등 10대의 정신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인류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겠다던 테크 업계의 고귀한 목적은 어디로 간 걸까. 지난 25년간 실리콘밸리의 최전선에서 디지털 혁명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저자는 책의 첫 줄에서 원인을 밝힌다. “나중에 보니 그것은 결국 자본주의였다.” 돈은 거물들을 뒤틀리게 했다.
책은 실리콘밸리의 거물들,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제프 베이조스 등 다양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디지털 혁명의 순간들과 뒤이은 실패들을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책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저자의 ‘인물 비평’은 특히 눈길을 끈다. 30년 기자 인생 대부분을 테크 업계 취재에 바친 저자는 이들을 직접 만나고 인터뷰하며 받았던 인상들을 신랄한 언어로 풀어낸다. 라이벌을 대조하기도 하는데 잡스를 ‘실리콘밸리 쿨 가이’라고 하면서 게이츠는 ‘괴짜 중의 괴짜’라고 묘사한다. 또 저커버그를 업계에서 가장 해로운 사람이라고 꼬집으며 “그는 재수 없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심각했다”고 쓴다. 그러면서 그보다 더 최악이 있다며 머스크를 거론한다. 저자는 머스크에 대해 “무한대로 나쁜 성격”이라고 썼는데 이후 머스크가 책에 “카라의 목소리는 매우 날카로워서 개들만 들을 수 있다”는 추천사(?)를 남기며 저자의 통찰을 완성하기도 한다.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악당이 되어가는 테크 거물들에 집중하지만 비판만 하는 건 아니다. 실패의 잿더미에서 다음 세대의 기업이 등장하고 결국에는 창의성이 승리하고 마는 테크 업계의 질서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 없는 찬사를 바친다. 머스크에 대해서도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아이디어로 나아가는 방식을 존경했다”고 썼다. 저자는 어쩌면 인류를 구할 기술과 혁신이 개인의 탐욕으로 무너져 가는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한 듯 보인다. 기술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오늘날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목들이 넘쳐난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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