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기업 CK허치슨홀딩스가 파나마 항구 등의 운영권을 미국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한 가운데 이번 거래로 결국 중국이 ‘패자’로 몰리는 딜레마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미국과 지정학적 경쟁을 감안해 CK허치슨을 연일 비판하고 압박하지만 당국 생각대로 매각이 무산될 경우 중국 정부가 발산하는 ‘친기업’ 메시지에 신뢰가 훼손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번 거래와 관련해 직접 반독점 조사 카드까지 꺼낸 상태다. 이 같이 강하게 ‘CK허치슨 때리기’에 나선 것은 이번 매각으로 중국 및 홍콩 기업이 운영해 당국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외 항구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지난 20년간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95개 항구에 지분을 투자했고, 이들 항구 중국의 무역을 용이하게 하고 빠르게 확장하는 중국 해군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중국이 소유한 항구 운영권이 거의 절반으로 줄게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는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총 129개 항구 프로젝트의 지분 또는 운영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15개 항구는 중국인이 대부분 소유해 중국 해군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이 이번 계약을 무산시킬 경우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K허치슨이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계약을 철회할 경우 ‘파나마 운하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외국 민영기업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과도 상반되는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고 지도부가 직접 나서서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파나마 항구 매각 거래에 대한 압박과 관련해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 수십 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자국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려는 시 주석의 노력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주홍콩·마카오 미국 총영사 출신인 커트 통 아시아그룹 파트너는 “파나마 항구 문제로 홍콩이 자산을 투자하거나 사업을 하기에 좋은 곳인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며 “홍콩에서 영업하는 외국 비즈니스 커뮤니티는 이 문제를 매우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AFP에 말했다.
한편 파나마 운하에 있는 항구 5곳 가운데 발보아·크리스토발 등 2곳을 운영해온 CK허치슨은 지난달 4일 파나마 항구 운영권을 포함해 중국·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사업 부문 지분을 228억 달러에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CK허치슨은 홍콩 재벌 리카싱(李嘉誠) 일가의 주력 기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거래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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