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스텐트 시술로 불리는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환자가 재발을 막기 위해 평생 챙겨먹을 약으로 아스피린보다 클로피도그렐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는 PCI 후 6개월~1년간 아스피린과 함께 클로피도그렐 등 P2Y12 억제제를 복용하는 이중 항혈소판 치료를 권장하며 이후에는 평생 아스피린 복용을 안내하고 있다. 둘 다 혈소판 응고 작용의 억제 효과가 있으며, 이번 연구결과가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현행 치료 지침까지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주용·송영빈·최기홍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박용환 삼성창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심혈관 사건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 아스피린보다 클로피도그렐이 장기 항혈소판 치료제로서 더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미국심장학회(ACC) 연례 학술대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임상연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2020년 8월~2023년 7월 국내 26개 의료기관에서 PCI를 받고 이중 항혈소판 치료까지 끝낸 환자 5506명을 아스피린 복용군, 클로피도그렐 복용군으로 나눠 2년간 추적관찰했다. 이들 환자는 모두 심근경색 병력이나 당뇨 혹은 복잡한 관상동맥 병변을 가지고 있어 향후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컸다. 관찰 결과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한 환자는 아스피린을 복용한 환자보다 연구의 주요 복합 평가항목(전체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위험이 29% 낮았다. 세부적으로는 클로피도그렐을 사용했을 때 발생위험이 사망에서 29%, 심근경색에서 46% 줄었다. 반면 두 군집 간 출혈 발생률에서는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 대비 허혈성 사건을 줄이면서도 출혈 위험은 증가시키지 않아 매우 이상적인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가이드라인에서 클로피도그렐 단독 요법이 아스피린 단독 요법과 적어도 동등하게 다뤄지고, 반복적인 허혈성 사건의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아스피린보다 우선 쓰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 전문 저널 ‘란셋 Lancet (IF 98.4)’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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