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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뿐인 집, 코 찌르는 탄내…"귀촌 꿈까지 타버려"

폐허 된 의성 고운마을

주택 25채 중 19채 철골만 남아

농경지·농기계마저 모두 잿더미

주민들 "몸만 겨우 빠져나와" 울먹

고운마을 입주민 최민수 씨가 28일 불에 완전히 타버린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의성)=손성락 기자




28일 오전 찾은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마을은 폭격을 맞은 듯 폐허로 변해 있었다. 검게 그을린 뼈대만 남은 집들이 수두룩했고 아직도 탄내가 코를 찌르는 것이 이곳이 처참했던 화마의 현장임을 생생히 드러냈다.

‘제2의 인생’을 위해 귀촌한 25가구가 사는 이 마을은 의성을 덮친 ‘괴물 산불’로 가옥과 농지 등에 피해가 막심했다. 이달 25일 오전부터 마을을 덮친 불길은 19가구를 완전히 불태웠고 흡사 폭격을 맞은 듯 잔해만 남았다.

주민 최민수(45) 씨는 맨몸으로 대피했다가 3일 만에 주불이 잡혔다는 소식에 집을 찾았다.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최 씨는 집이 전소하며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담긴 카메라를 비롯해 전자제품·귀중품 등을 모조리 잃었다. 그는 “3년 전 귀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모든 게 엉망이 됐다”며 “청년 일자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꿈을 키워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울산에서 개인 사업을 하다 4년 전 아내와 함께 귀촌했다는 황진욱(67) 씨 역시 “아무것도 없이 몸만 빠져나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황 씨는 “산불이 고운마을로 삽시간에 넘어올 때 애타는 주민들이 소화 호스로 물을 뿌리며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최근 젊은 분들이 아기를 데리고 고운마을에 입주하는 사례도 많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황 씨 내외는 이곳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동시에 작은 농토를 분양받아 가꾸며 노후를 즐겼지만 이번 산불로 집과 농토·농기계 등이 전부 다 전소됐다.



불에 타 앙상하게 철골 뼈대만 남은 고운마을 주택들. 사진(의성)=손성락 기자


밤새 내린 비에 경상도를 덮쳤던 산불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경북 북동부 5개 시군을 휩쓴 산불은 주불이 진화됐고 경남 산청·하동 산불 진화율도 94%까지 늘었다. 산림 당국은 이날을 주불 잡기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총력을 다해 산불을 완전히 진압하겠다는 계획이다. 산림청 19대, 지방자치단체 20대, 소방 12대, 군 32대, 경찰 5대 등 총 88대의 진화 헬기와 함께 진화 인력 5587명, 진화 차량 695대 등이 투입된다.

문제는 피해 복구 작업이다. 이번 산불로 영향을 입은 구역은 4만 8000㏊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서울 면적(6만 520㏊)의 80%에 달한다. 산불 영향 구역은 화재 현장에 형성된 화선 안에 포함된 면적으로 진화가 끝난 뒤 파악하는 피해 면적과는 개념이 다르다. 불이 완전히 진화되면 피해 면적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산불로 주택·창고·사찰·공장 등 건물 3481곳이 피해를 봤다. 산불 지역 곳곳은 물·전기·통신이 끊겼다. 또 산불이 8일째 지속되며 이재민들의 대피가 장기화됐다. 인근 주민 3만 30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8000여 명은 아직 대피소에서 머무르고 있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부상자 중 고령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상북도 등 각 지자체에 따르면 영남권 산불 사망자 28명 중 93%에 해당하는 26명이 60대가 넘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였고 경북에서 숨진 24명 중 절반 이상이 80대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책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부상자는 37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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