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는데 현장에 갈 수 없다면?
신속 정확한 취재를 통해 기사를 작성하려면 현장을 찾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지진이 발생하거나 태풍이 몰아치고 수해가 난 곳에도 기자들이 누구보다 발 빠르게 현장을 찾는 것은 직접 눈으로 봐야 누구보다 정확하고 올바르게 사실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전국을 휩쓸고 있는 화마에도 현장을 찾는 많은 언론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에서라면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비교적 자유로운 현장 취재가 가능하지만 중국은 정반대입니다. 노력을 한다고 해도 제한이 너무 많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보이지 않는 통제가 강화됐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며 심해졌던 것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탓이죠.
대표적인 곳이 대학교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중국은 코로나 음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공공시설의 출입을 모두 제한했습니다. 대학교도 마찬가지였죠. 펜데믹이 종식됐지만 여전히 대학교에 진입하려면 교수나 직원, 학생 등을 통해 초청을 받는 형식으로 출입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대학 내에서 백지시위가 열렸던 것도 외부인은 물론 기자들의 출입을 막는 계기가 됐습니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선 이후 중국의 지식인층, 각 분야별 전문가를 비롯해 교수들에 대한 취재가 극도로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간혹 인터뷰를 하는 교수들이 있지만 답변은 마치 관영매체의 보도처럼 천편일률적입니다.
중국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신분 검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합니다. 시외버스, 기차, 비행기(국내선) 등을 타기 위해 티켓을 사면 중국인은 신분증 번호(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외국인은 여권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터미널, 기차역, 공항 등에 여권 정보가 넘어가니까 개인의 이동 동선이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인들은 이를 일상생활로 여기고 개인정보가 드러나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지만 우리 국민 입장에선 거북합니다. 주요 관광지에서도 신분증으로 예매하고 확인하는 식이라 개인의 동선은 전부 드러나게 됩니다.
외국인의 경우 공인된 신분증이 여권이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여권에 비자를 통해 이 사람이 대략 뭘 하는 사람인지 대략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회사를 다니거나 사업을 하는 경우 M 비자, 학생인 경우 X 비자, 관광객은 L 비자 등으로 표기합니다. 언론인의 경우 J 비자를 발급받아야 현지에서 취재 활동이 가능합니다.
이 J 비자는 언론인 입장에서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딜가나 경계 대상이 되기 때문이죠. 특히 접경지역 부근으로 취재는 물론 여행을 갔을 때도 여권을 제출해야 하는 즉시 기자라는 신분이 노출됩니다. 백두산(중국명 장백산)으로 여행을 갔을 때 체크인을 한 이후 호텔 직원이 수시로 동선을 체크하기 위해 연락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일종의 감시였던 셈이죠.
비자 때문에 관광지 출입이 마음 먹은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베이징의 명소 중 하나인 천안문광장입니다. 공식적(?)으로 J 비자를 지닌 기자들은 천안문광장을 출입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대략 2019년 6월을 전후해서라고 합니다. 당시 6월 4일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맞아 많은 외신 기자들은 천안문광장에서 중국인들을 취재했습니다. 중국에서 금기시 된 천안문 사태를 취재가 이뤄진 이후 아예 천안문은 기자들의 출입 금지 구역이 됐습니다.
중국에선 해마다 다양한 행사들이 열립니다. 올해도 이달 초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개최됐고, 이번주 들어 베이징에서 중국고위층발전포럼,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보아오포럼이 연이어 열리고 있습니다. 이런 공식 행사에 대한 취재 역시 아무에게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나라는 입장 인원을 관리하더라도 신청만 하면 취재 허가증이 발급됩니다.
중국은 다릅니다. 거의 한 달 전부터 취재 신청을 받지만 출입증을 받는 사람은 아주 적습니다. 허가를 받고 못 받는 이유조차 알지 못합니다. 항의를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오로지 취재가 허락된 경우에만 행사장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취재증이 쉽게 나오는 경우라도 개·폐막식, 개별 세션 등 각각의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취재증이 없다면 보안 구역으로의 진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중국 당국에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입맞에 맞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만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취재 인원을 컨트롤하는 경우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지만 매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참 어렵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매번 현장에서 정확한 취재로 작성한 기사를 전해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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