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같은 구 안에서도 동별·단지별로 매매가격 편차가 커 일괄 지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들은 토허구역 해제·지정 등 규제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행정 편의를 위해 구 단위로 토허구역을 지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기반으로 이달 계약된 강남·송파구 전체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전수 조사한 결과, 같은 구에 포함한 아파트지만 동에 따라 두 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났다. 강남구에서 기존에 토허구역으로 묶여 있었던 대치동과 삼성동은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 29억 3018만 원, 26억 3393만 원으로 확인됐다. 가장 아파트 매매가격이 높게 나타난 동은 압구정동으로 81억 원에 달했다. 대치동과 삼성동에 이어 개포동이 24억 1968만 원, 도곡동이 23억 5757만 원으로 매매가격 상위권에 속했다.
반면 세곡동은 지난달 실거래된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3억 4800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또 논현동이 14억 2406만 원, 자곡동 15억 5166만 원 순으로 낮았다. 논현·세곡·자곡동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위권 동 아파트 매매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송파구도 기존에 토허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지난달 해제됐던 잠실동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26억 9470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신천동이 23억 87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송파구에 속한 위례신도시 지역으로 묶이는 거여동과 장지동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 10억 8600만 원, 13억 1450만 원에 불과했다. 장지동 ‘힐스테이트송파위례’ 전용 101㎡는 지난달 16억 30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지며 직전 거래(17억 8000만 원)대비 오히려 1억 5000만 원 하락했다. 인근 오금동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도 11억 8580만 원으로 송파구 내 매매가격 하위권이었다. 장지동 A중개업소 대표는 “장지동과 거여동 아파트들은 토허구역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가격 연동이 크지 않은 곳”이라며 “가격이 급등하지 않은 동까지 토허구역으로 묶은 이유가 뭔지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별한 분석과 이유 없이 구 전체를 묶은 것이라면 공무원의 편의만 생각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천동은 토허구역 지정 해제로 매수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총 매매 거래량이 5건에 불과했으며 평균 매매가격은 8억 3000만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매수세가 몰리며 잠실동 엘스·리센츠·트리지움 세 개 단지에서 총 95건의 매매 계약이 체결되고, 연일 신고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같은 동 안에서도 단지별로 가격 차이가 큰 곳들도 이번 토허구역 재지정을 두고 불만이 들끓는 상황이다. 가락동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 8806만 원이지만 대단지 신축인 헬리오시티와 타 아파트 단지는 가격 차이가 두 배 가량 난다. 이달 3일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25억 원에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같은 면적의 구축 가락쌍용아파트는 이달 8일 13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너무 짧은 기간 안에 규제 번복에, 집값이 오르지 않은 지역까지 규제를 확대하면서 정책 신뢰도 문제와 재산권 침해까지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기존에 동별로 규제했을 때는 풍선 효과로 같은 구 안에서 풍선효과와 ‘키 맞추기’ 현상이 일어났으나 구 전체를 묶은 만큼 가격을 누르는 효과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대치동이 토허구역으로 묶여 있는 동안 개포동과 도곡동 단지 아파트로 투자 수요가 몰렸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동별로 토허구역을 적용했을 때는 거래가 감소했으나 풍선효과로 가격 하락 효과는 미미했다”며 “이번에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가 토허구역으로 지정돼 비교할 만한 준거 대상이 없어서 가격 안정 효과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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