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오후 1시 5분쯤 경기 양주시 광적면 석우리에 있는 육군소속 항공대대에서 서북도서 대북정찰용 군단급 무인항공기(드론)와 헬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무인기와 헬기가 불길에 휩싸였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후 1시 34분 불을 모두 껐다. 인명피해는 없었고 무인기와 헬기는 모두 불타 전소됐다.
사고 무인기(UAV)는 이스라엘제 ‘헤론’으로, 사고 당일 경기 양주시 광적면 육군 11항공단 가납리비행장 착륙 과정에서 계류장에 주기 중이던 국산 헬기 수리온(KUHC-1) 1대와 충돌했다. 사고를 낸 무인기는 대당 약 30억 원이고, 전소된 국산 헬기 수리온는대당 가격이 약 200억 원에 이른다.
지난 3월 6일 포천에서 공군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가 발생한 지 11일 만에 또 무인기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군의 기강 해이 문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육군은 육군본부 정보차장(준장)을 위원장으로 국방기술품질원 간부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육군중앙사고조사위원회 구성해 사고 원인 조삭에 착수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드론 통제사 조작 실수 △랜딩기어 등 기체 이상 및 정비 결함 △헬기 사전 미인가 장소 주기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헤론’ 손실 대체 대북감시 방안 마련 착수
문제는 서북도서의 경우 특히 대북감시정찰 능력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도입된 3대 중 1대는 2024년 11월 북한의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교란으로 추락했다. 이번에는 복귀 과정에서 기동헬기 ‘수리온’과 충돌하면서 전소됐고, 앞서 1대는 핵심 장비인 카메라가 고장 나 해외에서 정비 중이다.
주임무는 서북도서 방어를 위한 대북감시정찰이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정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양주 가납리 비행장을 기지 삼아 뜨고 내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대북 감시 정찰 역량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2016년 실전 배치된 이래 10년이 채 안돼 3대 모두 작동 불능 상태가 되면서 공중감시정찰이 불가능해진 ‘블랙아웃’ 상태인 것이다. 특히 헤론이 없어지면서 지상통제체계도 무용지물될 수 밖에 없어 사업비 400억 원이 투입된 군 비밀 전략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질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헤론은 고도 10㎞ 상공에서 지상 표적을 정찰하는 육군 군단급에서 운용하는 중(中)고도 무인정찰기다. 항속거리는 350㎞고, 최대 250㎏의 탐지장비를 장착하고 40시간 이상 체공하는 게 가능하다. 작전반경은 240㎞에 이른다.
우리 군은 2016년 400억 원을 들여 이스라엘 IAI사에서 3대를 들여왔다. 헤론 대당 가격은 약 30억 원에 불과하지만, 지상통제체계 등의 시설이 포함돼 전체 사업비는 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북도서 감시정찰 능력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에 대해, 군은 “헤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시 정찰 자산을 운용하고 있어 경계 작전에는 이상 없다”고 했다. 헤론 보다 더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고(高)고도’ 감시 자산인 ‘글로벌 호크’ 무인 정찰기도 있고, 유인 정찰기인 새매(RF-16)와 금강·백두(RC-800) 등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한미 공조로 미군의 감시 정보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은 이번 중고도 무인 정찰기 '헤론'의 손실에 따른 공백을 신속히 메울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북도서 공중감시정찰에 구멍이 났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와 관련, 방위사업청은 최근 ‘무기체계 손실보충 소요의 신속획득 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 연구용역은 계약일로부터 5개월간 진행돼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무기체계 획득 이후 보충 소요가 발생했을 때 추가 획득을 위한 제도가 없다”며 “손실된 고가의 무기체계를 신속하게 보충해 전력 공백을 방지하고, 해당 무기체계의 소요 재검토 및 재획득 제도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제안요청서에 “세트 단위로 운용되는 무기체계(무인기·드론 등)의 경우 일부 기체 손실은 임무수행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이스라엘제 무인기 헤론이 3대 세트로 도입된 무치체계로 일부 소실이 발생한 만큼 이에 대한 대북감시정찰에 구멍이 날 수 밖에 없는 위기 상황이라는 마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군사전문가는 “중고도 무인기의 공백을 고고도 무인기와 유인 정찰기로 온전히 대체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서북도서와 수도권 접적지역까지 대북공중감시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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