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주변 지역으로 무섭게 확산 중인 산불 속에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진 경북 안동 만휴정(晩休亭)이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길이 번지기 직전까지 현장을 지키다가 방화포를 덮어두고 물을 뿌린 덕분이다.
26일 국가유산청은 당초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안동 만휴정 일대를 확인한 결과 소나무 일부에서 그을린 흔적이 발견되나 그 외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산불에 대응하던 안동시·경북북부돌봄센터 직원 및 소방관 등 40여 명이 25일 철수 직전 기둥과 하단 부분에 방염포를 도포했고 인근 만휴정 원림에도 물을 뿌렸다. 전날 거센 산불이 안동으로 확산되면서 만휴정도 위험해지면서 이곳에서 산불에 대응하던 인원들은 결국 철수했다. 이에 만휴정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오전 현장을 둘러본 박대진 안동시관광협의회 이사는 "내부도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산불 위험 속에서도 방수포를 덮고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다가 빠져나온 소방대원과 공무원들 덕분에 만휴정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동시관광협회 직원들은 아침에 이곳을 찾았다 소실되지 않은 만휴정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만휴정 옆 꽃을 피운 매화나무도 기적적으로 화마를 피했다.
만휴정은 조선시대 문신인 보백당 김계행(1431∼1517)이 말년에 지은 정자 건물이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설명에 따르면 김계행은 '내 집에 보물이 있다면 오직 맑고 깨끗함 뿐이다'라는 가르침을 남겼으며 청렴결백한 관리로 이름을 알렸다.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정자 건물은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정자 주변 계곡과 폭포 등을 아울러 명승 '안동 만휴정 원림'으로도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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