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립·은둔 청소년 중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 청소년 4명 중 1명만이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고 답하는 등 약 14만 명으로 추정되는 고립·은둔 청소년의 건강한 생활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5일 9~24세 청소년의 고립·은둔 이유, 재고립·은둔 경험 등 주요 현황을 담은 ‘2024 고립·은둔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가부는 1·2차 조사를 거쳐 고립청소년을 선별해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1차 조사에는 청소년 1만 9160명이, 2차 조사에는 2139명이 응답을 완료했고 이 중 592명이 도움을 희망했다.
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76점으로 비해당 청소년 7.35점보다 현저히 낮았다. 1차 조사에서 고립·은둔 청소년으로 선별된 5484명 중 ‘방에서도 나오지 않는다’고 답한 초고위험군은 395명(2.1%)에 달했다.
생활 실태를 살펴보면 ‘규칙적으로 식사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5.5%에 불과했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는 응답은 56.7%, ‘일주일 넘게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7.8%)’, ‘목욕·샤워를 하지 않는다(5.9%)’, ‘세수·양치를 하지 않는다(4.3%)’ 순이었다.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신체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48.9%, 정신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0.6%을 차지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었음’이라는 응답도 62.5%로 높게 나타났다.
고립·은둔 이유로는 ‘친구 등 대인관계 어려움(65.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부·학업 관련 어려움(48.1%)’, ‘진로·직업 관련(36.8%)’ 순으로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조사 응답자 중 71.7%가 ‘현재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재고립·은둔을 경험한 비율도 39.7%을 차지했다. 탈고립·은둔 도움을 받지 않은 이유로는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아서(50.6%)’가 가장 많았고, ‘도움을 요청할 만한 곳을 몰라서(20.2%)’, ‘비용이 부담되어서(8.0%)’, 도움 받을 만한 지원 기관이 없어서(6.3%) 순이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응답자 중 남성이 29.9%, 여성이 70.1%로 여성 비율이 크게 높았다는 점이다. 연령별로는 19~24세(50.4%), 13~18세(45.2%), 9~12세(4.5%)로 고연령대에 진입할수록 고립·은둔 청소년 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재학 중인 경우는 전체의 57.6%였다.
여가부는 지난해 3월부터 전국 12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센터)를 중심으로 고립·은둔 청소년을 전담해 통합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고립·은둔 청소년의 부모(보호자)에 대한 상담과 자조 모임 기능을 강화하고 다양한 회복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많은 청소년을 위한 자립, 심리·정서적 지원, 탈고립·은둔을 위한 활동 자유공간 확충 방안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오는 26일에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청소년메타센터에서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방안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다.
황윤정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 실장은 “고립·은둔 청소년을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원 사업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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