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 사이에서 미 국채 금리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국채 10년물 금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대형 금융기관들이 금리 전망치를 낮추고 있어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는 최근 미 국채 10년물 금리 전망치(연말 기준)를 4.75%에서 4.2%로 내렸다. 소시에테제네랄도 4.5%에서 3.75%로 비교적 큰 폭의 하향 조정을 단행했다.
금리 전망치를 낮춘 주된 근거는 베센트 장관의 정책 기조다. 베센트 장관은 앞서 지난달 5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촉구와 관련해 “그와 나는 (기준금리가 아닌) 미 국채 10년물 금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의 부채 비용 등을 감안하면 재무부 장관이 국채 금리 안정을 강조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 또 10년물 국채 경매 규모 제한, 국채 수요 진작을 위한 은행 규제 완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의 재정적자 감축 지지 등의 정책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베센트 장관은 당분간 장기채 발행 규모를 기존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올 하반기 발행이 늘 것으로 전망했던 시장 관측과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BNP파리바의 구닛 딩그라는 “채권시장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맞서지 말라’는 말이 흔히 쓰였다”면서 “이 말이 ‘재무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내림세를 보이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1월 14일 4.79%에 도달했던 10년물 금리는 하락세를 지속해 이달 3일 4.15%로 떨어졌다. 이후 낙폭을 일부 회복해 4.28% 수준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다만 최근 금리 하락은 베센트의 재무부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경기 침체 우려, 국채 수요 증가 등에 따른 측면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국채 금리 하락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든 국채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인식도 나온다. RBC캐피털마켓츠의 블레이크 그윈은 “트럼프 행정부가 거의 10년물 금리에 상한을 설정했다”면서 “10년물 금리가 오르거나 경제가 흔들리고 연준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재무부가 나서 10년물 국채 발행을 줄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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