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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안에서 카페로 출근합니다" 기술이 허물어준 신체의 제약[송주희의 일본톡]

<6>日의 노동인구 부족과 로봇 카페 'DAWN'

지병에 외출곤란→로봇 조종사로

전용 앱으로 원격 대화·서빙 업무

다양한 언어로 응대, 바리스타도

"장애있는 나 그자체로 일하고파"

신체한계, 기술이 극복·인재활용↑

인구감소日…다양한 인력풀 과제


송주희의 일본톡에서는 외신 속 일본의 이모저모, 국제 이슈의 요모조모를 짚어봅니다. 닮은듯 다른, 그래서 더 궁금한 이웃나라 이야기 시작합니다.



일본의 카페 DAWN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로봇 직원이 손님을 맞이한다./DAWN 홈페이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
기계로 한계를 극복하는 현장!


요즘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 개발이 한창입니다. 공중제비를 돌고, 쿵후를 하고, 단체 군무를 선보이는 등 일명 ‘피지컬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중인데요.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 ‘인간이 기술에 지배당하는 시대가 온다’ 하는 걱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기술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일테고요. 하지만 기계와 인간의 관계가 꼭 ‘대체’나 ‘지배’의 형태로만 이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기, 기술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가치’를 제시하는 일본의 카페가 있습니다. ‘던(DAWN)’이라는 이름의 가게인데요. 로봇을 활용하지만, 단순 서빙, 안내와는 또 다른, 한 차원 진화한 ‘기술과 인간의 공존’을 보여주는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나라현에 살면서 진행성 난치병을 앓고 있는 딸을 간호 중인 ‘요우짱’이 나라현의 벚꽃 명소를 소개하고 있다./송주희기자


도쿄 니혼바시에 위치한 이 카페의 특별한 점은 로봇들을 조종하며 업무를 보는 직원 상당수가 지병 등의 이유로 외출·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로봇이 손님을 맞이하지만, 그 뒤에는 자신의 방에서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인간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형태의 몸만 이곳에 없을 뿐, 분명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병상, 휠체어, 해외서 로봇 조종
이동 한계 뛰어넘은 원격 인재들


카운터에서 음식 주문을 마친 뒤 테이블에 앉자 옆에 놓인 작은 로봇의 눈에 초록 불빛이 반짝입니다. 그리고 옆에 부착된 아이패드에 ‘담당 직원 소개글’이 등장합니다. 저와 대화를 나눌 직원의 닉네임은 미히. 200만 명 중 한 명 꼴로 발병하는 진행성 골화성 섬유이형성증(FOP)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기후현에 거주하는 미히씨는 거동이 불편해 외출이 어렵지만, 매일 일정 시간 이 카페에서 근무합니다. “안녕하세요, 미히입니다. 이 카페는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기계음이 아닌, 미히 씨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달되어 더 친밀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때 ‘이쿠짱’이라는 닉네임의 또 다른 직원이 작동시키는 로봇이 다가와 “우리 카페를 방문해줘서 고맙다”며 웰컴 캔디를 권합니다.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는 그녀는 ‘장애가 있는 그 자체로의 나’로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카페에 지원해 일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들 직원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카페 내부를 확인하고, 동작을 만들어내며 손님과 대화를 원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DAWN 카페에서는 파일럿끼리 담당을 정해 서빙, 대화 등의 업무를 분장한다. 서빙 로봇을 담당하는 파일럿도 본인이 거주하는 곳에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로봇을 이동시키고, 고객과 대화할 수 있다./송주희기자


발병 전 직업 이어가는 바리스타
“10년 단절 깨고 사회와 연결돼”


단순 대화를 넘어 로봇과 인간의 한 단계 진화한 협업도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는데요. 카페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대형 로봇이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 시연 행사’를 합니다. 이 로봇을 움직이는 것은 로봇 어깨에 앉은 또 다른 작은 로봇입니다. 그리고 그 로봇을 작동시키는 것은 자기 집 방 안에 있는 ‘사에’라는 이름의 또 다른 직원이었죠. 사에 씨는 ‘신체형장애(Somatic Symptom Disorder)’를 앓고 있습니다. 환자가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지만, 검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상태인 병인데요. 아프기 전, 실제 바리스타로 활동하기도 했다는 그는 발병 후 10여 년 간 집에서만 지내며 “소외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카페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었고, 사에 씨의 세상 역시 집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사에 씨는 “물론 내 손으로 직접 커피를 내리는 것과는 다르지만, 내가 만든 커피를 마시고 즐거워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면 그것 만으로 행복해진다"고 말합니다.



아, 참고로 각 테이블에서 로봇을 통해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은 외국어를 하는 손님과도 소통이 가능합니다.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별도의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막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방문한 날에는 자막 없이도 영어로 활발하게 영미권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요. 신체, 이동의 제약을 극복한 이들의 능력이 제대로 활용(?)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역 바리스타로 활동했던 사에씨는 신체형장애를 앓은 이후 10년 가까이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 DAWN에서 바리스타로 다시 활동하게 됐다./송주희기자


이 흥미로운 카페,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DAWN은 ‘Diverse Avatar Working Network’의 약자로, 다양한 아바타가 일하는 네트워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21년 코로나 19 시기 오픈한 이 카페는 발명가 오리 요시후지(본명 켄타로 요시후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로봇인 ‘오리히메(OriHime)’도 그가 만들었죠. 요시후지는 학창 시절 건강 문제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자 원격으로 수업에 참여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로 이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DAWN 카페와 오리히메의 특징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구가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 카페에는 90여 명의 ‘파일럿(로봇 조종사)’이 등록돼 있습니다. 대부분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일본을 떠나 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중증 장애인 딸을 간병하느라 집을 비울 수 없는 엄마 등도 일주일에 몇 번씩 카페의 손님들과 만난다고 합니다.

DAWN 카페의 로봇 오리히메 개발자인 켄타로 요시후지/오리 홈페이지


“일할 의욕 가진 개개인 못 살리면 국력 없어”
인력 부족 심화 日, 고령·장애인 인재 활용 시급


이 카페의 성공은 일본 사회에 큰 시사점을 줍니다. 2.5%의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고령화되는 인구와 감소하는 출산율로 택시 기사, 택배 기사, 웨이터와 같은 서비스직을 채울 인력을 찾는 것이 일본 경제의 큰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어제자 1면 기사도 일손 부족 속 잠자는 인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일할 의욕을 가진 개개인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가 되지 않으면 국력은 유지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여성, 노인, 그리고 장애인 인력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참고로 일본에는 장애인이 약 1000만 명(전체 인구의 약 7.6%) 살고 있고, 65세 이상 노인도 3625만 명입니다. 대부분 ‘몸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설계된 지금의 근로 방식을 바꾼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술이 도움을 준다면, 더 많은 인재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겠죠.

DAWN 카페에서 일하는 파일럿들은 로봇 덕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힘을 실어주는 미래. 그런 미래가 이 작은 공간에서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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