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문화유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24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국가유산 피해가 확인된 사례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총 5건이다. 전날 같은 시간과 비교하면 2건 더 늘었다.
천연기념물 '울주 목도 상록수림'은 전체 면적 1만5000여㎡ 가운데 1000㎡ 면적이 불에 타는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주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인 목도는 동백나무를 비롯해 곰솔, 사철나무, 후박나무, 다정큼나무, 벚나무, 팽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자라는 곳이다. 우리나라 동해안 쪽에 있는 유일한 상록수림으로 생물학적 가치가 크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울주군청, 소방 당국 등과 함께 조사한 결과 초본류와 관목 위주로 피해가 발생했고 상록수림 보존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화재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목도는 상록수림을 보호하기 위해 관리나 학술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국가유산청장 허가를 받아 출입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화재 당시 열기와 연기 등으로 간접 피해를 본 나무는 상태를 확인한 뒤, 생육 상태를 비교해 추후 회복 치료에 나설 예정이다.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문화유산자료인 '운화리성지'에서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의성 산불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의성 사촌리 가로숲' 등에 물을 뿌리고, 불에 타지 않는 소방용 천인 방염포를 의성군에 전달했다.
의성군 고운사에 있던 불화, 불상, 도서 등도 자리를 옮겼다. 다만, 보물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은 아직 원래 있던 자리에 있다. 불상의 전체 높이가 2m가 넘는 만큼 국가유산청과 사찰 측은 추후 상황을 보면서 유물 이동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국가유산청은 "어제부터 영주 부석사박물관 등으로 문화유산을 옮기는 중"이라며 "산불 확산 경로 등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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