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미 백악관으로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23일(현지시간) 폭로했다. 지난 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서로 설전을 벌이며 충돌한 직후에 이같은 압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미국·우크라이나 양국 관계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그 날 각종 수사를 동원해 비판적인 성명을 내라는 압박을 받았다"며 "나는 그 대신 양쪽을 중재하는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에 당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면서도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좋고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달 28일 광물협정 서명을 위해 백악관에서 만난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앞에서 고성을 주고 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이날 협정 서명도 하지 않았고 회담은 곧바로 종료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군과 싸우는 데 필수적인 미국의 군사·정보 지원을 중단하는 등 강수를 뒀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 사과하는 등 '화해'를 시도한 끝에 양국 정상은 종전을 위한 논의를 재개했다.
스타머 총리는 문제의 회담 직후 조너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을 키이우에 급파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조언하는 등 영국이 미국·우크라이나 간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충돌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의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해 양국 대통령의 '화해 전화'를 성사시킨 것도 자신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2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를 각각 만나 최근 3국이 합의한 '에너지·기반시설에 대한 30일 임시 휴전안'을 비롯해 '흑해 해상에서의 휴전 및 전면 휴전과 영구적 평화'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이 두 협상장을 오가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과 별도로 회담하는 형식으로 협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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