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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쿠르스크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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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12일, 러시아 핵 잠수함 쿠르스크가 바렌츠해에서 진행된 ‘Summer-X’ 훈련 도중 어뢰 발사관 폭발로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118명이 모두 사망했다. 러시아는 불량 어뢰 사고로 결론지었지만 18년 후 벨기에에서 제작된 영화 ‘쿠르스크’에서는 23명의 승무원이 3일 동안 생존했으며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의 지원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외국의 군사기술 접근을 막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고 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러시아 쿠르스크의 최대 도시 수자를 깜짝 방문했다. 군복을 입은 푸틴 대통령은 군 지휘부에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쿠르스크의 완전 탈환을 재촉했다. 폴란드 TVP 등 유럽 언론들은 “쿠르스크는 푸틴에게 25년 전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트라우마”라며 “북한군 1만 명 이상을 투입해 반격할 정도로 쿠르스크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쿠르스크는 ‘모스크바의 목줄’이라 불리는 전략적 요충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은 쿠르스크 대평원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투를 벌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러시아 해군의 자랑인 오스카Ⅱ급 핵 잠수함에 ‘쿠르스크’라는 지역명이 붙여졌다.



러시아가 쿠르스크의 상당 부분을 탈환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논의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며 러시아와 부분 휴전에 이어 종전 협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종전 협상에서 거의 소외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광물 협정 및 자포리자 원전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의 안보도 거래 대상으로 삼는 트럼프의 외교 기조는 한반도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한국을 패싱한 채 미북 직거래를 시도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자강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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