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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중 신호위반 사고로 사망한 기사… 법원 “업무상 재해”

배달기사 사고당일 32회 배달업무

재판부 “육체적·정신적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따른 신호위반 가능성”





배달 중 신호를 위반해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배달기사에 대해, 일부 과실이 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당시 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 유족 측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12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배달기사로서 2023년 9월 12일,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음식배달 업무를 수행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A씨는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임에도 직진을 시도하다가, 맞은편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에 따라 주행하던 차량과 충돌했다. 이후 A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A씨 유족 측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A씨의 일방적인 중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유족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A씨의 신호위반이 고의적인 행위가 아니며, 중대하거나 위법한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산업재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사고가 A 씨의 신호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A씨가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수반되는 위험 범위 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당일 A씨는 32회의 배달 업무를 수행했다”며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집중력이 저하돼 신호위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또 “사고 당시 기상 상태는 맑고 건조했으며, 주변 도로는 평탄한 포장도로였지만, 1차로에는 2대 이상의 차량이 정차해 있었다”며 “이들 차량이 A씨가 직진하던 2차로에서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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