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장남 윌리엄 왕세자가 지난 3월 21일(현지 시간)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에스토니아의 군 기지를 찾아 군복 차림으로 주력전차 ‘챌린저2’에 탑승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에스토니아를 방문한 왕세자는 이날 에스토니아 북동부 타파 육군기지를 방문해 주둔 중인 영국군 장병들을 만났다. 이 기지는 러시아 국경에서 100마일(약 160㎞) 미만 거리에 있다.
영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일환으로 에스토니아에 약 900명의 병력을 파병 중이다. 이는 영국군의 해외 상시 주둔 병력 중 최대 규모다. 이 일병 가운데 윌리엄 왕세자가 의례적 연대장으로 맡고 있는 머시아 연대 장병들도 포함돼 있다.
나토 배지를 단 군복 차림의 왕세자는 타파 기지에서 챌린저2 전차, 워리어 장갑차, 다연장로켓발사체계(MLRS) 등을 둘러봤다. 장병들에겐 러시아 인접 지역에서의 근무 상황과 향후 작전 훈련 계획 등에 대해 질문했다.
왕세자는 “여러분과 여러분이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모두에게 경계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특히 헬멧과 보호경을 착용한 왕세자는 챌린저2 포탑에 올라 진흙 위를 달리며 머시아 연대 병사들의 참호전 훈련 현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그는 워리어 장갑차를 타거나 이동식 포격 시스템인 아처를 조작해보기도 했고, 병사들과 휴식 시간에는 게임을 함께 즐기며 현지 장병들의 동료와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BBC는 “왕실 인사가 어딘가를 방문하는 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일이라면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탱크에 탄 왕세자 사진은 가장 직접적인 메시지 중 하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챌린저2는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약속한 주력전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 중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국가는 영국이 최초다. 1998년부터 영국 육군이 운용한 3세대 전차로, 특히 방어력이 뛰어나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단 한 대도 파괴되지 않은 사례는 유명하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챌린저2 전차를 총 14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전차를 최초로 개발한 국가다. 2차 대전 이후 영국의 전차는 센추리온, 치프텐, 챌린저 순으로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챌린저 전차는 원래 빅커스사가 수출용으로 개발했던 전차인데 이란 혁명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3세대 전차가 필요했던 영국군이 어쩔 수 없이 자체 사양에 맞게 개량 및 도입한 전차이기도 하다.
서구권 전차의 주포는 보통 독일 라인메탈 120㎜/L44 활강포를 사용하지만, 챌린저는 자국의 L30A1 120㎜ 55구경장 강선포를 채용했다. 파워팩 역시 1200마력 디젤엔진을 사용해 다른 3세대 전차의 1500마력과 비교하면 출력이 떨어진다. 영국군 교리상 기동성은 후순위라 큰 문제는 없다.
챌린저2는 가장 무거운 장갑을 가진 전차이자 우수한 방어력을 가진 전차 중 하나다. 포탑과 차체는 세부 사항이 비밀로 취급되는 2세대 초밤장갑(Chobham)으로 보호되고 있다. 또 챌린저2에는 M1A1에 도입된 디지털 컴퓨터의 개량형과 전장정보통제 시스템이 적용됐고, 차장용 조준경은 파노라마식으로 변경돼 전주 시찰이 가능하다. 조준경에는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열영상장치도 결합돼 있다.
무엇보다 챌린저2는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의 M1 에이브럼스와 함께 다국적군 지상 전력의 투 톱으로 평가됐다. 적 공격으로부터 단 한 대도 손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라크 전차를 성공적으로 격파하는 성과도 올려다. 게다가 70여 발의 RPG-7 세례를 받고도 생환한 사례와 14발의 RPG-7 근거리 사격에 밀란(MILAN) 대전차미사일까지 한 발 맞고도 승무원은 전원 생환하고 전차는 6시간의 수리로 다시 전장에 복귀하는 엄청한 전과를 올리며 챌린저2의 방호력과 생존성을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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