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척결 기조에 따라 미국 이민 당국이 입국 신청자의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까지 뒤지는 등 입국 심사가 크게 강화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 들어가려는 이민자와 관광객에 대한 입국장의 심사가 크게 강화됐다. 입국 심사 요원들은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들의 비자를 더 깐깐하게 살피고, 심사 과정에서 구금이 결정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입국하려다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인 배우 재스민 무니는 미국에 입국하려다 돌연 구금돼 열흘 넘게 이민자 수용소에 머물러야 했다. 그는 통상 캐나다인에게 허용되는 절차대로 입국장에서 새로운 취업 비자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됐다는 것이다. 그는 두 곳의 수용소로 옮겨지면서도 구금 이유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고 변호사 선임이 허용된 끝에 12일 만에 풀려났다.
독일인 배관공인 루카스 실라프도 미국 시민권자인 약혼녀와 함께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려던 중 국경 검문소에서 붙잡혔다. 이민국 직원들은 그가 관광이 아니라 거주 목적으로 미국에 가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그를 미국 샌디에이고의 수용소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그에게 수갑을 채워 벤치에 묶어두고, 통역 및 변호사 조력도 허락하지 않았고 그는 16일 간 구금된 끝에 독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휴대전화나 노트북 같 개인 전자기기를 열어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입국 신청자들에게 SNS 계정을 제출하라는 요구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프랑스 국적 과학자는 최근 휴대전화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입국을 거부 당했다. 휴대전화에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이던 고(故) 하산 나스랄라의 사진을 갖고 있던 레바논 국적의 미국 브라운대 교수가 공항에서 추방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개인 전자기기 수색에 대해 여행자의 권리 침해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미국 행정부는 테러 및 범죄 활동을 식별하고 대처하기 위해 적법한 권한에 따른 직무 수행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미국의 입국 심사가 강화되자 각국 정부들은 자국 여행자들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영국 외무부는 최근 홈페이지에 "미국 당국은 입국에 관한 규칙을 엄격하게 정하고 시행한다. 규칙을 어기면 체포되거나 구금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했다. 독일도 비자나 입국 면제를 받았다고 해서 미국 입국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미국 여행에 관한 권고 메시지를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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