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일미군 증강 전략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주한미군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관세 전쟁, 방위비 동맹 전가 등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대외 정책이 실제로는 동북아시아 자유진영의 안보 체계 전체를 흔드는 실책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CNN 방송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이 상부 보고용으로 최근 마련한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미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고사령관 지위에서 발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주일미군 병력과 지휘통제 현대화 계획도 트럼프 행정부의 감축 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NBC 방송도 미국 국방부가 연방정부 축소 노력의 일환으로 전투사령부 통폐합, 주일미군 증강 중단 등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군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 미국·캐나다·멕시코를 담당하는 북부사령부와 중남미 지역을 맡는 남부사령부를 각각 단일 사령부로 통합하는 방안을 담았다. 아시아를 담당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 중부를 담당하는 중부사령부는 그나마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졌지만 대신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주일미군 확대를 중단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미국 국방부는 이를 통해 약 11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했다. 전 세계에 주둔하는 미군의 가치를 단순하게 돈으로 계산한 셈이다.
미국에서 날아온 날벼락 같은 뉴스에 일본은 즉각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은 주일미군 사령부 기능을 강화하고 일본은 육·해·공 자위대를 일원적으로 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는데 자칫 이 약속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은 오는 24일 방위성이 있는 도쿄 이치가야에서 통합작전사령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부는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자위대와 미군이 각각 지휘통제 체제를 향상해 미일 동맹의 억지력을 강화할 의도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미일 동맹 강화 방침에 변경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야시 장관은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는 가운데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개별적으로 오고 간 내용에 대해서는 발언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에 주한미군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한국의 안보 태세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며 한국을 때렸던 트럼프 행정부 1기의 경험을 비춰볼 때 미국이 이번에도 주한미군 문제를 쉽게 넘어갈 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각각 5만 5000여 명, 2만 8500여 명 규모인 주일미군, 주한미군은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핵심 주체다. 중국과 자유진영 간 안보 균형 여부는 대만과의 양안 문제는 물론 북핵 등 한반도 안보 문제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미군의 군사적 압박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전략과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카드다.
이에 대해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21일 기자회견에서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 강화를 다룬 올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 간 정상회담 내용을 거론하며 “방침에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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