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로 취임 100일 맞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기념 기자회견 대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망언을 모았다며 ‘이재명의 망언집’이라는 책을 전격 공개했다. 그는 “이재명 세력은 우리 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기 위한 위험한 폭주의 페달을 밟고 있다”며 “결단코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권 원내대표는 당 사상 두 번째 탄핵 정국이라는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구원 등판해 이 대표를 향한 맹공으로 보수 결집과 당내 화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장외 집회 참석과 철저히 거리를 둔 탓에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고 동시에 ‘탄핵 반대’ 입장은 고수하며 중도층으로부터 외면받는 등 ‘미완의 위기 탈출’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權 “100일 됐지만 李 표리부동 추격 역부족”
권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일정을 따로 잡지 않았다. 통상 원내사령탑으로서 지난 100일간의 소회를 밝히고 향후 목표를 제시하는 회견이 열리지만 권 원내대표측은 “비상시국에 기념하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다”며 미개최에 대한 양해를 사전에 구했다.
하지만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로부터 취임 100일과 관련해 질문이 나오자 간략하게 답을 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별한 소감은 없다”면서도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의원들의 선택으로 원내대표에 취임했는데 하루하루 버티고 지나오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의원들이 많이 도와주고 격려하고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그리고 국민들께서도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왔다"고도 했다.
오후 야당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관련 기자회견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을 묶은 ‘이재명의 망언집’ 책을 ‘깜짝’ 공개했다. 그는 “제가 오늘로 원내대표직을 맡은 지 100일이 됐지만 이재명 대표가 쌓아온 표리부동한 언행과 정치 행태를 뒤쫓기엔 역부족”이라며 “이제 모두 함께 그의 발언 하나하나를 정확히 기록하고 국민을 속이고 기만해 온 실체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계속해서 민주당과 이 대표의 입법독재와 의회독재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당내 결속 바탕으로 당 지지율 24→36%
권 원내대표가 원내지휘봉을 쥔 지난해 12월 12일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날이었다. 당시 한국갤럽 여론조사(12월 2주차·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에 불과했다. 민주당(40%)과 격차는 16%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이었던 이날 발표된 3월 3주차 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은 36%로 12%포인트가 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40%를 유지하며 격차가 4%포인트로 좁혀졌다.
정치권에선 권 원내대표의 ‘이재명 때리기’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대표라는 외부의 적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 출범 이후 친윤계(친윤석열계)와 친한계(친한동훈계) 간 극렬 공방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이에 따라 보수 지지층 결집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60일 이내 조기 대선이 실시돼도 후보를 낼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갖췄다는 게 원내사령탑으로서 권 원내대표의 최대 성과라는 평가다.
권 원내대표 역시 “탄핵보다 당 분열이 더 두렵다”며 “지금까지 당이 쪼개지지 않고 노골적 분열상을 드러내지 않았다. 약간의 의견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큰 문제를 대처하는 데 대다수 의원들이 함께 해주셨단 점에서 제 나름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자평한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은 비판하고 중도층은 외면 ‘딜레마’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탄핵 반대를 위한 장외 집회 참석에는 철저히 거리를 두면서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과거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조 윤핵관’으로 불렸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가 더욱 높다. 동시에 중도층 외연 확장에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원내대표 취임 이후 줄곧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조기 대선의 핵심 승부처인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 표심과는 더 멀어졌다는 설명이다.
다가올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결과에 따른 정국을 수습해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경선에서 당내 갈등이 다시 분출할 수 있다. 중도층 표심 공략을 위한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 변수다.
권 원내대표의 임기는 전임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임기인 5월 초까지지만 같은 달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다소 연장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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