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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약의 배신? 약 끊었더니 두통 증상 절반으로 줄었다 [헬시타임]

■ 박홍균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팀

약물과용두통 환자 309명 3개월 치료경과 분석

급성기 치료제 감량·중단 시 두통일수 감소 확인

이미지투데이




약물 과다 복용이 만성적인 두통의 원인인 경우 오히려 두통약을 끊어야 증상이 개선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홍균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2020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2년간 국내 7개 신경과 전문 클리닉을 찾은 약물과용두통 환자 309명을 대상으로 3개월 간의 치료 경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약물과용두통은 과거 두통이 있던 환자가 약물을 과량으로 장기간 사용하면서 두통의 양상이 변하고 그 강도가 증가하는 상태를 말한다. 국제두통학회는 한 달에 15일 이상 두통을 겪고,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급성기 치료제를 과용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진단기준으로 제시했다. 아스피린·아세트아미노펜 등 단순한 진통제는 월 15일 이상, 트립탄·오피포이드·에르고타민 등 복합 진통제의 경우 월 10일 이상 복용했을 때 약물 과용 상태로 간주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과용하던 급성기 치료제를 감량한 환자군의 월평균 두통 일수는 치료 전 24일에서 치료 후 12일로 줄었다. 약을 완전히 중단하게 한 환자군의 월평균 두통 일수는 치료 전 30일에서 치료 후 15일로 감소했다. 두통약을 끊은 지 3개월 만에 두통 일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반면 급성기 치료제 과용을 유지한 환자들은 두통이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고, 일부는 증상이 악화됐다.

박홍균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가 약물과용두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일산백병원




약물과용두통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지목한 질환으로, 만성 두통 환자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연구는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약물을 과다하게 복용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약물 과용 두통 환자들에게 기존에 과용하던 두통약 복용을 중단하고, 예방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두통 예방 용도로는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리간드에 직접 결합해 수용제와의 결합을 차단하는 항-CGRP 단일클론항체 계열 주사제와 경구 약물 등이 허가를 받았다. 흔히 '보톡스'라고 불리는 보툴리눔톡신 주사도 두통 예방 치료로 권고된다.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이러한 예방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두통 일수와 강도가 더 빠르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박 교수는 “약물 과용 두통 환자는 두통약을 지나치게 자주 복용할수록 두통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특징”이라며 “아프니까 약을 먹는 것이지만, 자주 복용할수록 오히려 더 잦은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만성 두통을 겪는다면 먼저 두통약 복용 빈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며 “무조건 약을 먹기보다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부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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