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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복귀날, 대회원 서신 보낸 의협…흔들리는 단일대오

연세대·고려대, 의대생 등록 마감시한 연장 조치

의대생 복귀 마감시한 앞두고 의료계 성명 쏟아져

의협 집행부 행보 두고 내부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

고려대, 연세대, 경북대 의과대학 학생들의 최종 등록·복학 신청마감 기한인 21일 고려대 의과대학 모습. 학교 측은 올해는 모든 학년의 학사 일정, 수업 일수, 출석, 성적 사정 등에 대해 학칙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고려대, 연세대, 경북대 의과대학 학생들의 최종 등록·복학 신청마감 기한인 21일 고려대 의과대학 모습. 학교 측은 올해는 모든 학년의 학사 일정, 수업 일수, 출석, 성적 사정 등에 대해 학칙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오늘 의협 집행부의 뜬금없는 대회원 문자를 받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회원들의 절망에 대한 일말의 돌아봄없이 밤낮없이 일하고, 회원들과 소통 잘 하고 있다는 자화자찬 문자인데 도대체 지난 3달 골든타임동안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밤낮없이 했는지 회원들도 좀 알면 안 되나요?"

지역의사회장인 A씨가 21일 의료계 인사와 언론사 기자 등 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올린 글이다. A씨는 "광역시도 회장단(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에서 조차 심각하게 나오는 불통 지적에 대해 도대체 누구와 소통했다는 것인지 좀 알면 안 될까요? 아무튼 걱정말라고 하니 강행되고 있는 전공의 말살하는 간호법 시행규칙에 대해서도 믿어도 되겠지요?"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의대생들의 복귀 마감 시한이 도래하자 의료계는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의대생들의 집단 사직·휴학이 13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갈등구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조짐이다. 올해 1월 김택우 회장이 이끄는 신임 집행부가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의료계 유일 법정단체인 의협은 전공의·의대생들을 투쟁 전면에 내세운 채 한발 물러서 있는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협은 이날 "서로에 대한 이해를 위해 노력하며 우리의 의지와 역량을 신뢰하자"는 내용이 담긴 서신을 전체 회원에게 발송했다. 이날은 고려대, 연세대, 경북대 등이 의대생의 '복귀 데드라인'으로 정한 날이다. 의료계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학생과 정부, 대학 등을 향해 엇갈린 호소를 쏟아냈다. 전국 40개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이날 '전국 의과대학 학생 여러분에게'라는 제목의 서신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3058명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복귀를 재차 호소했다. KAMC는 교육부가 '이달 내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3058명)하겠다는 결정을 끌어내는 데 앞장섰던 단체다. KAMC는 이날 오후 "21일 (등록) 마감하는 대학에서 등록과 복학에 유의미한 기류 변화가 있으며 상당수 학생이 복귀하고 있다"며 "복귀생을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의과대학 학생들의 최종 등록·복학 신청마감 기한인 21일 고려대 의과대학 모습. 학교 측은 올해는 모든 학년의 학사 일정, 수업 일수, 출석, 성적 사정 등에 대해 학칙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고려대 의과대학 학생들의 최종 등록·복학 신청마감 기한인 21일 고려대 의과대학 모습. 학교 측은 올해는 모든 학년의 학사 일정, 수업 일수, 출석, 성적 사정 등에 대해 학칙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할 예정이다.연합뉴스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등 서울대의대 교수 4명이 실명 성명을 통해 의대생들의 복귀를 반대하는 일부 전공의나 의대생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데 이어 개별 대학 교수들의 입장 표명도 잇따랐다. 고려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성명을 통해 "선배가 후배를 보호하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다음 세대에게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면서도 "지금 가장 피해를 본 이는 의대생이다. 미완의 단계라 할지라도 학업의 전당으로 복귀하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학생 휴학을 승인하지 못하도록 한 전체주의적이고 반자유적인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며 "학생들에게 유급이나 제적을 적용한다면 우리 교수들도 교정에 교육자로서 설 수 없음을 밝힌다"고 못박았다.

의협은 1년 넘게 이어진 의정갈등의 중대 분기점인 의대생 복귀 시한을 앞두고 별도의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전일(20일) 정례브리핑에서 "제적이 현실이 된다면 가장 앞장서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대체한 셈이다. 의협은 의대생들에게 "누구에게도 결정을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묻고 답한 후 판단해달라. 각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면서도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만약 제적이 현실이 된다면 의협은 의대생 보호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투쟁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투쟁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시위·집회·파업·태업 등 여러 가지 방법 모두 고려하고 있으나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1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대 정원,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의협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대회원 서신문'을 발송한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대회원 서신에서 "어떤 이들은 이들에게 끝까지 열심히 싸우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정부와 협상하지 않는다고 의협 집행부를 질타하기도 하고, 후배들에게는 돌아가야 한다고도 한다"며 "(이런) 다양한 목소리가 문제를 잘 해결하고 후배들에게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같은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의협 집행부에 들어와 있는 사직 전공의, 학생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있고 정확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며 "의협 집행부는 후배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우리의 의지와 역량을 신뢰했으면 한다. 집행부는 분골쇄신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회원 여러분의 따끔한 질타를 통해 더 발전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이날 등록 및 복학 마감시한 당초 예정된 오후 4시에서 자정께로 연장했다.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 제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의료계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의협이 '단일창구'를 강조하면서 정작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의대 교수와 전공의, 개원의 등 직역 간 간극이 되려 더 벌어졌다"며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정부와의 투쟁을 이어가는 행태를 더이상 지켜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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