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한 테이블밖에 못 받았어요. 선고 날이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데 장사를 접으라는 건가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차일피일 늦어지는 가운데 집회·시위의 여파로 경찰이 헌법재판소 인근을 사실상 봉쇄하자 인근 상인들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고 있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대다수의 서울 종로구 안국역 헌재 인근 상권 상인들은 “헌재 앞 집회로 난장판이 돼 가뜩이나 매출이 떨어졌는데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헌재 인근 상권은 실제로 심각한 침체 상황이다.
경찰은 시위대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국역에서 헌재 방향으로 가는 인도와 골목 곳곳에 ‘폴리스라인’이 적힌 가림막과 펜스를 설치했다. 전날 백혜련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헌재 정문 앞에서 ‘윤석열 신속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중 날아오는 계란을 맞는 봉변을 당했는데 이의 영향으로 보안을 더 강화한 것이다. 경찰은 계란 투척 이후 헌재 건너편 인도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를 곧장 강제해산시키면서 헌재 주변 통행을 제한했다. 서울경찰청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종로경찰서 형사과장을 중심으로 수사전담팀 구성 및 수사에 착수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헌재 인근에는 사실상 식당 손님들 유입이 힘들어지고 있다. 좁은 골목 구석구석에 가게가 있는 상권 특성상 가림막 설치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올 1월부터 탄핵 심판 변론기일이 열리고 헌재 앞에서 산발적으로 열린 시위로 거리가 혼잡해지면서 기존 유동 인구도 상권을 빠져나간 지 오래라 상인들의 절망은 더욱 크다. 상인들의 정치 성향을 임의적으로 추정해 카카오맵 등의 사이트에서 별점 테러를 하는 ‘좌표 찍기’까지 벌어지고 있다.
골목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골목을 구경하다가 식당에 들어오시는 워크인 손님들이 많이 계셨는데, 길이 막힌 뒤로 거의 없어졌다”면서 “예약 손님들도 ‘여기까지 들어오기가 힘들 것 같다’며 예약 취소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일정이 ‘깜깜이’인 상태에서 상인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최근 식당을 개업했다는 심 모 씨는 “내일부터는 아예 문을 닫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면서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탄핵이 인용되면 ‘빠따’를 들고 올 거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무섭기도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민들 역시 기존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에 더해 통행 제한까지 생기자 헌재 주변을 피하는 모습이다. 데이트를 위해 안국역을 찾았다는 20대 남녀 커플은 거리 구경을 하려다 “들어갈 수 없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아예 다른 동네를 가야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안국역과 인접한 북촌·삼청동의 주요 방문객이던 외국인 관광객도 크게 줄었다. 이날 친구와 함께 추천받은 카페에 가려고 했다는 일본인 관광객 하루카(22) 씨는 막혀 있는 길을 보고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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