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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앞 2시간 대기하다 아이 받아"… 국회 온 구급대원 작심하고 꺼낸 말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쓰러진 외국인 임신부가 2시간 넘게 받아주는 산부인과를 찾다가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119 구급대원들은 의정갈등 장기화로 지속되는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호소했다.

김성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현재 구급대원”이라고 소개하며 “저희가 지금 노조 명의를 빌려서 왔다. 저희가 작년에 ‘응급실 뺑뺑이’ 이슈 이후 잘못된 전달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 조끼를 꼭 입고 참여하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그런데 왜곡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조끼를 벗고 구급대원의 입장으로 이 자리에 서겠다”며 입고 있던 조끼를 벗었다.

이어 “저희는 시민분들이 신고하면 달려오는 119 구급대원”이라며 “하지만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응급 분만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사례가 언급됐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20분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베트남 국적 임신부 A 씨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가 출동해 인하대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병원 측은 “산과 수용이 불가하다”며 거부했다. 그 외 인천·경기 일대 병원 12곳 모두 “산과 수용은 불가하다”거나 “산과 진료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임신부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A 씨는 구급차 안에서 두 시간을 대기하다 출산했다. 현재 A 씨와 아기는 인하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와 관련 김 국장은 “병원 응급실 앞에서 2시간을 대기하다 저희 구급 대원이 아이를 받았다”며 “구급대원들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처럼 응급환자를 신속히 이송해야 하는 119구급대가 병원으로부터 계속 거절당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고 구급대원들도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2월 보도된 대구에서 이마 열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한 사건, 3월 회식 후 귀가하던 남성이 낙상으로 머리를 다쳤으나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귀가 조처 되었다가 결국 상태가 악화된 사건 등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며 “현재 도심 지역의 119구급대는 이러한 출동을 하루에도 여러차례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국장은 “응급환자의 치료 지연에 대한 책임이 구급대에 전가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구급대원들은 많이 지쳐 있고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큰 자괴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제는 몸도 마음도 상처만 쌓여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 상황이 오로지 전공의 사직 때문만은 아니라며 근본적인 응급의료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의 응급의료 능력 평가를 강화하고 119구급대 환자 수용률 등을 반영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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