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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임산부 구급차서 분만…'응급실 뺑뺑이'에 폭발한 119

치료 지연 책임까지 떠안아

병원들도 인력 확충 외면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응급실 뺑뺑이’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전공노




“현장에서 병원을 찾아 계속 ‘뺑뺑이’를 돌고 있습니다.”

119구급대원들이 의정 갈등으로 더 심해진 일명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현장 응급의료 실태 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심각한 의료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김성현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16일 외국인 임신부가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출산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병원 12곳에 문의했지만 ‘산과 진료가 어렵고 임신 주수가 확인돼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산모는 2시간가량 대기하다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고 인하대병원은 아이를 낳고 나서야 응급 상황을 인정하고 산모와 신생아를 수용했다.

김 국장은 “응급환자의 치료 지연에 대한 책임이 구급대원에게까지 전가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큰 자괴감과 스트레스로 많이 지쳐 있다”고 했다. 이어 “더 심각한 상황은 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까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지부도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올 2월 대구에서 이마에 열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도심 지역 119구급대는 이런 유사한 상황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응급실 뺑뺑이는 의료 현장에서 해묵은 난제다. 2022~2023년 119구급대가 환자를 재송한 사례는 9141건에 이른다. 의정 갈등 이후 이 같은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 구급대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올 1월에는 청주에서 30대 여성이 의식을 잃었는데 병원 22곳이 이 환자를 거절했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등의 현장 이탈이 장기화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병원 입장에서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해 인력 확충과 같은 실효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

소방지부는 대책으로 정부의 병원 응급의료 능력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119구급대의 환자 수용 및 이송률이 평가 항목에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119구급대가 병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하고 환자 이송 병원을 결정할 때 더 강한 권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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