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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달러 강세 사라졌다…“유로화가 기축통화 경쟁할 것”

‘관세=강달러 요인’ 통념 깨고

달러, 트럼프 당선 전보다 낮아져

관세가 美 경제 자충수 우려 영향

약달러론 수입물가 상승 상쇄 어려워

유럽 재정확대 맞물려 유로와 경쟁 전망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부터 상승하던 미국 달러의 가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전 수준으로 되돌아 왔다. 고강도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우려는 더욱 커졌다. 유럽의 재정 확대 정책과 맞물려 장기적으로 유로화가 안전자산 지위를 두고 달러와 경쟁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날 103.37로 마감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확정 전날(11월 5일)의 103.42보다 아래로 내려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지수가 당선 전보다 낮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월 말 100.89 수준이던 달러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 1월 중순 109.96까지 오른 바 있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달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얻었던 가치상승 분을 모두 반납했다.

1유로 당 달러 가격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날 1.09달러에서 1월초 1.04달러 까지 내려갔지만(달러 가치 상승) 이날 현재 1.09달러로 상승분이 모두 사라졌다. 유로화 가격은 올 들어 최고치다. 일본 엔화 값은 같은 기간 달러 당 152.28엔에서 이날 149.4달러로 오히려 가치가 달러 대비 더 상승했다.

통상 미국의 관세 정책은 달러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관세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미국 내 수입 수요가 감소해 상대국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달러 유출(해외 달러 공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망이 높아지면서 달러 지수가 상승한 이유다.

최근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가 오히려 하락한 이유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공화당이 의회를 휩쓸면서 달러가 많이 상승했다”며 “조정을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세계 금융 시장에서는 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에 자충수가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관세 정책으로 상대국 뿐 아니라 미국 경제도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를 지수화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 들어 57.9로 2022년 11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시간대의 조안 슈 디렉터는 “인플레이션이나 사업환경, 증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소비자 기대가 악화했다”며 “경제정책의 변동이 정책 선호도와 관계 없이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재정정책 전환으로 유로존 경제 전망이 밝아진 점도 달러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춘 요인이다.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9일 약 8000억 유로(약 1260조 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정규 국방 예산을 제한없이 늘릴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고, 12년간 5000억유로(약 790조원)에 이르는 정부 재정을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했다. 독일경제연구소(DIW)는 “이번 인프라 기금만으로 향후 10년간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2%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DIW는 내년 독일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2.1%로 올렸다.

달러 약세 기조에 따라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는 더욱 커졌다. 베센트 상무장관은 앞서 청문회 당시 “관세가 10% 오르면 달러 가치가 약 4% 오를 것이기 때문에 10%의 상승분이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달러가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달리 말하면 약달러가 될 경우 관세에 따른 수입 가격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되거나,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관세율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ING아메리카의 연구책임자 패드락 가르베는 “최근 달러 하락은 심각한 관세 불안 신호 중 하나”라며 “과거 10% 인상 전망과 달리 25~50%의 관세로 미국 경제는 매우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달러화는 현재 대부분의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하락하고 있어 수학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역할이 약화되고 유로가 주요 안전자산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유로존의 대표 안전자산인 독일국채의 유동성이 부족해 각 국 중앙은행들이 준비자산에 유로화를 늘리기 어려웠지만, 이제 독일이 재정 확대에 나서면서 국채 공급이 확대될 기회를 잡았다는 관측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국채 시장은 28조 달러 규모인 반면 독일 국채 시장규모는 약 2조 달러로 약 14배의 차이가 나지만 앞으로 이 격차는 줄어들 수 있다. 유로존 재무부 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파스칼 도노후 의장은 “유로는 달러와 경쟁하며 글로벌 준비통화로 지위를 강화할 명확한 경로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도이체은행의 조지 사라벨로스는 “트럼프가 무역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달러에 예상치 못하게 압박이 가중됐다”며 “이는 부분적으로 달러의 안전 자산 지위 상실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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