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우리 아이들에게서 비만율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16.7%다. 초중고 학생 6명 중 1명꼴로 비만인 셈이다. 대한비만학회도 2021년 기준으로 소아·청소년 5명 중 1명이 비만이고 이는 2012년에 비해 남아는 2.5배, 여아는 1.4배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 아이들은 공부에 바빠 뛰어놀 여유가 없어 보인다. 어느새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소아 비만은 그들의 개인적 건강뿐 아니라 미래 한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아 비만이 왜 문제인가. 아동 비만 가운데 60~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비만이 당뇨나 심혈관 질환 등 소위 성인병이라 불리는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비만 아동의 상당수는 이미 지방간, 당뇨 전 단계,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 성인에게서나 발병할 듯한 질환을 동반하고 있다. 즉 비만한 아이들은 이른 나이에 만성질환에 노출되고 심혈관 질환 등 심각한 질환이 일반인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태어나는 아이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83세에 이르고 상당수가 100세를 살아갈 텐데 어려서부터 비만에 노출된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국립보건연구원에서는 비만 아동은 자존감이 낮을 뿐 아니라 불안이나 우울 등 정서적 장애 위험이 크다고 보고했다. 즉 소아 비만은 신체와 정신 건강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소아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그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8년 발표한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에도 아동·청소년에 대한 비만 예방 교육 강화, 건강한 돌봄 놀이터 사업과 학교 체육 활동 강화, 어린이 비만 유발 식품 광고와 판매 제한 등의 정책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소아에서의 비만율이 증가한 것을 보면 보다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비만 정책은 어떠할까. 아동 비만에서 가장 앞선 나라로는 영국을 꼽는다. 영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어린이들의 신체 교육 정책에서 출발해 이후 다양한 규제 조치와 함께 공중보건 캠페인과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 2016년에는 유년기 비만 행동 계획을 도입, 식품 및 음료 산업계에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의 설탕 함량을 줄이도록 권고하고 학교뿐 아니라 학교 밖 어린이들의 신체 활동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2018년에는 설탕이 첨가된 음료에 대해 설탕세(Sugar Tax)를 도입했다. 이 정책으로 한 해에만 어린이의 1일 당 섭취량이 약 5g 감소했고 성인에서도 약 11g 줄었다. 영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 소아 비만의 비율이 안정을 찾았다. 올 10월에는 오후 9시 이전 지방, 설탕 및 소금이 많이 포함된 음식의 TV 광고와 어린이들에게 노출되기 쉬운 유료 온라인 광고가 금지되는 법안이 시행된다고 한다.
다시 우리의 정책으로 돌아가 보자. 2018년 추진됐던 비만 종합대책 중 어떠한 정책이 얼마만큼 지속되고 있으며 그 효과는 어떠한지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듯이 2022년 이후 발표되지 않은 후속 대책 수립도 필요하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비만 관리를 위한 별도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어 효과적인 예방 및 관리 정책을 추진할 법적인 근거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아 비만은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가정에서의 식습관 개선과 신체 활동 증가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끊임없이 단 음식과 초가공 식품 등 해로운 환경에 노출되고 학교에서의 급식이나 체육 활동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비만 아동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국내 비만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이를 토대로 소아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고령화로 인한 만성 질환 관리 부담으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율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초과했다. 소아 비만의 증가는 국가의 의료비 부담을 더욱 가중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 세대의 건강과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금 우리는 소아 비만 해결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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