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인들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17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는 2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7227억 달러로 전월 대비 0.2% 늘었다고 밝혔다. 전월보다는 증가했지만 기존 전망치인 0.6%를 크게 밑돌았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발길도 크게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리테일넥스트를 인용해 이달 초 미국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다고 보도했다. 모바일 기기 신호로 소매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레이서닷에이아이도 최근 몇 주 동안 월마트·타깃·베스트바이와 같은 미국 대형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방문객 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 기관 서카나에서는 이달 2~8일 비필수 소비재 판매가 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움츠러드는 미국 소비를 보여준 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14일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해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향후 물가 상승 기대치는 올랐다. 소비심리는 위축되는 반면에 물가는 계속 뛸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일축하는 대신 강력한 관세정책을 강행하면서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경기 둔화 흐름과 함께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저소득층의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에서 징후가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증시에서 ‘나 홀로 호황’을 누렸던 미국 증시는 최근 두 달 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달 14일까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0% 하락한 반면 홍콩 항셍지수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는 각각 20.2%, 22.7% 급등했다. 이 기간 스톡스유럽600(4.4%), 독일 DAX(10.1%), 프랑스 CAC40(4.1%), 영국 FTSE100(1.5%) 등 유럽 주요 국가 지수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시장조사 업체 EPF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주식 펀드에서는 올 들어 처음으로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단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주가 조정은 건강한 것이라 걱정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좋은 세금 정책과 규제 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에너지 안보를 이룬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증시 부진과 관련해 “(주식) 시장을 보지 않는다”고 말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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