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내각 지지율이 ‘상품권 스캔들’ 여파로 급락했다.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초선 중의원 15명에게 1인당 10만엔 상당의 상품권을 배포한 사실이 드러나 야당은 물론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도덕성 논란까지 더해지며 정치권의 ‘총리 퇴진 압박’은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다.
17일 마이니치신문의 3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은 23%로 전월 30%에서 급락해 내각 출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사히신문(26%)과 요미우리신문(31%) 조사에서도 2월의 40%, 39%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며 정권 출범 후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지지율 하락은 이시바 총리가 이달 초 자민당 초선 중의원 의원들을 총리 관저에 초청해 회식을 한 자리에서 상품권을 배포한 사실이 드러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사안을 두고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아사히 75%, 요미우리 75%, 마이니치 78%로 반대 의견을 압도했다. 아사히신문의 자민당 지지층 대상 질문에서도 66%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문제가 아니다’라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이 이슈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정치윤리심사회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잇따르며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다케미 게이조 자민당 참의원 회장은 “금액을 포함해 국민 감각과 괴리된 것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연립 연당인 공명당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도의적인 책임을 총리가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말 사이 지역구에 다녀온 의원들이 지지자들로부터 가혹한 비판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중의원 의원은 “이시바 총리가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하는 행동은 더럽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자민당 소속 의원은 “‘정치와 돈’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져 왔던 총리에게 ‘배신당했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산인(山陰) 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도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지난해 10월 출범 당시 46%(마이니치·아사히)였으나, 자민당 의원들의 정치자금 스캔들 여파로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직후인 11월엔 31%로 급락했다. 이후 30% 전후를 유지해오던 지지율은 이번 상품권 배포 문제가 확산하면서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올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이 ‘이시바로는 선거에서 못 이긴다’며 퇴진 압박을 가하고 있어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태다.
다만, 여론조사에서는 ‘상품권 문제로 총리가 물러나야 하느냐’는 질문에 다수가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그럴(사임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60%로 ‘사임해야 한다’는 응답(32%)보다 높게 나왔다. 자민당 지지층에서는 ‘물러날 필요가 없다’가 75%로 반대 입장(20%)을 크게 앞섰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무당파 층에서도 ‘사임이 필요 없다’는 의견이 각각 60%, 57%로 우세했다. 반면 국민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사임할 필요 없다’(50%)와 ‘사임해야 한다’(48%)가 팽팽하게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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