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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예술단체·기관의 지방 이전이 왜 필요한가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문화한국 2035’서 지방으로 이전 명시

서울예술단 등 대상 단체·기관 반발

유인촌 “국립으로서 역할과 의무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3월 7일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통합발대식’에서 청년 교육단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1. “(서울에 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10년 전에 나주로 내려왔는 데 광주·전남 지역에 변화가 있었나. 국가에서 만든 그 엄청난 시설인 (광주광역시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도 역할이 미미하다. 지역 문화재단은 제대로 역할을 하나. 국가에서 내려보낸 예술위가 나주에 앉아 있는 데 전남 지역 문화예술이라도 좋아졌나.” 유인촌 장관은 지난해 5월 10일 전라남도 나주시 소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방문해 간담회를 하는 가운데 이렇게 말했다. 유 장관은 2023년 10월 취임 이후 이날 처음 나주를 방문했었다.

이날 발언은 예술위의 한 관계자가 ‘직원들의 주요 현장인 서울 출장이 잦아서 업무가 어렵다. 대책을 세워달라’는 불만을 토로한 데 대해 반박하면서 나왔다. 이 관계자는 “나주 예술위 전체 160여명 직원 중에 매일 평균 30~40명 이상이 서울을 가야 일이 된다”며 “문화형성 최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 문화행정가들이 가장 문화로부터 소외된 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지방 문화계에서는 끊임없이 (예산이나 조직 등을) 지방으로 내려보내 달라고, 지방 문화를 진흥하자고 이야기한다. 예술위가 여기와 있으면, 우선 나주라도 문화예술의 꽃이 피어나야 한다. 과연 여러분은 광주·전남의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들여다보나. 항상 뭐가 안 맞고. 수준이 안 맞고. 저쪽이 원하는 것은 엄청난 것이어서 못해 주고…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기 뿐만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는 원주에, 한국저작권위원회도 진주에 가 있다. 그런데 그냥 가 있기만 한다. 지방에 가 있으면 지방이라도 살리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인촌 장관에게 질책을 받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얼마 후 나주 및 전남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늘리고 있다는 자료를 낸 바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5월 10일 전남 나주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찾아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2,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올해 3월 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예술단체 청년 교육단원 통합발대식’에 참석하고 이후 단체별로 청년 교육단원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자리 근처에 있는 국립창극단 청년 교육단원 몇 명에게 출신 지역을 물어보니 전남 어디라고 대답했다.

유 장관의 말이다. “거기서 (하지) 왜 서울에 와서…. 모두 판소리 (전공)인가. 앞으로 판소리는 남원이나 전주에서 하도록 하겠다. 서울로 오지 않아도 되도록 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활동하도록 하겠다.” 이어 남원에서 유명한 소리꾼이 서울로 가겠다고 해서 안타까웠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이야기를 들은 해당 지방 출신 청년교육단원들은 다소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들은 국악계 관계자는 “사실 저 친구들은 서울에서 활동할 생각에 부풀어 있을텐데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라는 것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3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문화한국 2035’ 발표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체부는 앞서 3월 6일 중장기 문화비전인 ‘문화한국 2035’을 공개했다. 핵심전략으로 ‘지역 문화균형 발전’을 첫머리에 세우고 1번 추진과제로 “국립예술단체, 문화예술 공공기관 전체의 지역(지방) 이전”을 제시했다. 1번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긴급하다는 의미다.

국립예술단체 이전 가운데 첫 작업으로는 서울예술단을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로 이전해 국립아시아예술단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안을 제안했다. 서울예술단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전한다. 국립극단,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현대무용단 등 국립예술단체 전체가 이전 대상이다. 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세종학당재단,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영상자료원 등 문화예술 공공기관들도 단계적(중장기) 이전이 추진된다.

물론 이전 대상에 오른 단체나 기관들이 순순히 있을 리가 없다. 특히 국립예술단체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첫 케이스로 언급된 서울예술단은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고 “이전 발표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전과 관련된 공청회를 개최하고 내·외부 의견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렴하라”고 했다. 이들은 “단순히 예술단체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특정 지역의 예술단체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예술적 특성과 내부 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지방으로 이전 시키는 것은 해당 지역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예술단 홈페이지 갈무리


유인촌 장관은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문화한국 2035’ 발표 브리핑에서 “그동안에도 문화 균형발전, 지역 균형발전이라고 무수히 말했지만 실제 이뤄진 것이 별로 없다. 이제 국립으로서의 역할도 있고 의무도 있다. (서울에 있는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을 통해) 더 많은 예술단체가 공급 되고 예술인들에게 또 다른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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