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추가한 것에 대해 정치권도 거센 공방을 벌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동시 직무정지 상태에 놓인 ‘대행의 대행’ 체제에서는 외교·통상 문제에 신속하고 긴밀한 대응이 어렵다”며 “통상·관세 전쟁 시대에 초당적으로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거대 야당의 연쇄 탄핵으로 행정부 컨트롤타워가 마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상황이 이렇게 엄중하기 때문에 우리 당은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은 정말 신중하고 엄정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국무총리 탄핵소추만이라도 신속하게 결정하라고 당부드린 것”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조속한 기각 선고를 헌법재판소에 거듭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일각의 핵무장 주장 탓에 민감국가로 지정됐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일각의 분석일 뿐이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부분은 정부 잘못이기 때문에 비판을 달게 받아야 한다”면서 정부 책임론을 일부 인정했다.
반면 야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여권 내 ‘핵무장론’에 있다며 윤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이 이뤄져야 한다고 파상공세를 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 간담회에서 “민감국가 지정은 한미 동맹이 최초로 다운그레이드된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이는 무능한 윤 대통령 집권의 결과이자 12·3 내란의 후과라는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과거 자체 핵 보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여당 주요 인사들이 근거도, 실체도 없는 핵 보유 발언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 게 가장 결정적 이유”라고 비판했다. 여당이 연쇄 탄핵으로 인한 대응력 부재를 지적한 데 대해서는 “심각한 사안마저 본질을 왜곡해 정치 공세를 펴는 국민의힘의 태도를 용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정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여당에 전체회의 개의를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이번 주부터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국회 외통위는 이를 지켜보며 회의를 여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다행히 새로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는 협상 카드가 많다. 최근 미 해군과의 유지·보수·정비(MRO) 계약처럼 한미 간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연구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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