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앞으로 의료계가 의대 감원을 주장할 것 같지 않으세요?”
교육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리는 데 합의한 이달 6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보건 분야 전문가가 기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지금까지 정부의 여러 가지 타협 시도에도 응하지 않았던 의료계가 의정 갈등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에 정부를 더 몰아붙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지난 1년간 보여줬던 비타협적 풍경의 반복으로, 한 가지 요구를 얻어내면 더 큰 요구를 꺼내 드는 식이다.
그 이후 의료계의 모습은 이 전문가가 우려한 대로 상당 부분 흘러가고 있다. 의대생들의 움직임은 복귀를 거부할 명분 쌓기로 비칠 정도다. 복귀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제적도 가능하다는 최후통첩에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 그러면서 각 대학별로 내놓은 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는 교육을 정상화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만 일축할 따름이었다. 이들은 모집 인원이 조정되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전면 폐기라는 기존 요구 사항을 재차 강조했다. 의료계가 요구했던 개혁 과제들을 적잖이 담고 있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폐기하라는 것은 의료 개혁 그 자체를 하지 말라는 수준으로,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위다.
선배 의사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정부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하니 의료계에서는 올해 증원분인 1509명만 뽑아야 한다는 주장부터 전면 모집 정지까지 강경론만 가득하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전국시도의사회장 연석회의에서 “교육 여건이 안 되면 26학번을 뽑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자체를 거부하려는 목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은 괜한 트집이 아니다.
정부의 의대 모집 인원 조정이 ‘백기 투항’이라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태도는 의료계 집단 내부의 결속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수습을 위해 노력했던 이들마저 지치고 질려서 등을 돌리게 할 뿐이다. 의정 갈등 수습을 위해 노력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우리가 곧 근거’라 외쳤던 집단이기주의(강선우 의원)”라고 비판이 나온 이유를 의료계도 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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