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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미술 작품을 통해 본 예술적 창조의 두얼굴

■천재와 거장(데이비드 W.갤러슨 지음, 글항아리 펴냄)

202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9500만 달러에 낙찰된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1964)'. 사진 제공=크리스티




마릴린 먼로를 불멸의 아이콘으로 만든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1964)’은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1928~1987)이 36살에 완성한 작품이다. 2022년 5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9500만 달러(약 2500억 원)에 낙찰돼 세계 미술품 경매 기록을 새로 쓴 이 작품은 ‘팝아트의 절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상업 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다 전업 예술가로 전향했던 그의 첫 개인전이 1962년에 처음 열렸다는 점을 생각할 때 워홀의 전성기는 아주 빨리 찾아온 셈이다.

반면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거장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전성기는 붓을 들고 20여 년이 지난 40대 중반에야 시작됐다. 2012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8690만 달러(당시 약 1000억 원)에 낙찰돼 그에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라는 유명세를 안겨줬던 대표작 ‘주황, 빨강, 노랑(1961)’ 역시 그의 경력이 절정에 이르렀던 58세에 완성됐다.

마크 로스코의 1961년작 ‘주황, 빨강, 노랑’은 201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700만 달러에 낙찰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기록을 새로 썼다. 사진 제공=크리스티




젊은 천재와 노련한 거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왜 워홀은 어린 나이에 가장 가치 있는 작품을 완성한 반면 로스코의 작품은 경력이 쌓이면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된 걸까. 현대 미술에 푹 빠졌던 경제학자는 이 같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예술가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에 돌입한다. 그 결과 두 예술가는 “매우 다른 예술적 목표와 매우 다른 그림 제작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결론을 낸다. 워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갑작스럽고 불연속적인 창조를 이뤄낸 ‘개념적 혁신가’였던 반면 로스코는 꾸준히 완성도를 높여 인생 후반기에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루는 ‘실험적 혁신가’였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계획·실행·마침의 단계가 있다. 이때 개념적 혁신가는 첫 단계인 계획에 몰입하는 사람들이다. 피카소는 ‘아비뇽의 여인들’을 그리기 위해 400가지 이상의 항목을 미리 연구했다고 한다. 그는 자기 예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분명한 비전을 통해 대혁신을 이뤘다. 실제 피카소는 자신의 이마를 가리키며 “모든 일의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하곤 했다. 반면 실험적 혁신가들은 완벽을 향한 끝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사람들이다. 폴 세잔은 자신의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사과 정물만 40년을 그렸다고 전해지는 세잔은 말년까지 ‘느린 진전’을 이루며 생애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역작을 남겼다.

저자는 두 구분이 예술의 영역을 넘어 사실상 모든 지적 활동에 적용될 수 있기에 특징을 알아둔다면 자신의 창의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개념적 혁신가의 경우 오래된 문제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데 강점이 있는 사람들인데, 전문성이 높아질수록 틀에 박힌 사고를 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실험적 혁신가는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가뜩이나 느린 성장의 속도를 더 늦추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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