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집 사라고 규제를 풀어줬다는 신호로 읽힐 가능성이 크죠.”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것에 대한 한 부동산 전문가의 평가다. 집값이 꿈틀대자 서울시는 총 두 차례의 자료를 통해 “토허제 해제에 따른 급등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이달 말 집계가 끝나기도 전에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갭투자 길이 열린 강남권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했다.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7년여 만에 최대다.
사실 서울 아파트값은 토허제 해제 전부터 상승 조짐을 보였다. 금리가 앞으로 더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견인한 지역이 마용성·노도강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토허제 해제가 불러온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다. 강남권에서 들려오는 몇 안 되지만 강력한 신고가 소식이 강남 이외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투자 수요자의 매수심리를 자극했다. 이는 결국 집값 상승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허제 해제의 명분으로 내세운 건 규제 철폐다.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타파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관건은 탈규제의 시의적절성과 그 파장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뒷받침됐느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주택 공급 부족 우려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된 상황에서 나온 토허제 해제는 집값 불안의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서울시는 올해 시정 핵심 화두로 ‘규제와의 전쟁’을 내세웠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처방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