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자정께 기습적으로 시작된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에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를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 내부에서는 “뒤통수 맞았다”는 거친 표현이 난무했고, 홈플러스 채권을 개인에게 판 신영증권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여야는 김병주 MBK 회장을 소환할 태세고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나섰다. 대중에게 사모펀드는 더 나쁜 이미지로 더 각인됐다.
MBK 입장에서는 회생 신청이 어쩌면 합리적인 판단이었을 수 있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홈플러스는 이미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이대로라면 대부분 상거래 채권이 부도나고 임직원 월급도 밀릴 수 있었다. ‘티메프’ 사태처럼 시민들에게 피해가 확산하는 등 상황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불씨를 끄는 게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출자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사모펀드의 숙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는 오로지 자본의 논리로만 대응하려던 MBK의 실책이었다. “MBK의 자만”이라는 평판을 새겨듣지 못했다. 채무 조정이 시작되면 채권자들은 고통을 분담하게 되는데 MBK는 왜 손해도, 책임도 지지 않는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홈플러스 경영 주체가 재벌이었다면 그들은 자구책을 내며 여론의 눈치를 살폈을 것이고 무책임하게 기업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홈플러스 사태는 한편에서 한국 기업들의 거버넌스 개선을 바라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협소한 자본의 논리보다 정·재계와 한국 정서 전반을 아우르는 재벌의 방식이 더 낫다는 논리로 작용할 것이다.
MBK는 지난해 9월에도 기습적으로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단행해 7개월째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분쟁에는 숨죽여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MBK의 두 번째 기습 작전은 성급했다고 평가한다. 날로 커지는 이 후폭풍을 잠재우려면 MBK가 먼저 희생하는 모습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