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전 세계 경제·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열차가 탈선 위기에 처했다. 관세 폭탄이 미국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뉴욕증시가 폭락하는 등 내부에서부터 급격하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대외 정책에서도 특유의 공포 전략이 안 먹히며 유럽에서 자강론이 비등하고 첫 타깃이었던 중국과 캐나다도 맞대응에 나서는 등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50일째인 1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0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7%, 나스닥은 4.0% 폭락했다. 나스닥 하락 폭은 2022년 9월 13일(-5.16%)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관세를 강행할 뜻을 시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소비심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으로 떨어졌다. 콘퍼런스보드가 내놓은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보다 7포인트 떨어진 98.3으로 2021년 8월 이후 월별 최대 낙폭을 보였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반감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4일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44%로 지지하지 않는다(51%)는 의견보다 7%포인트 낮았다. 취임 직후 지지한다는 의견이 더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대외 정책도 트럼프의 구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처럼 관세로 상대국을 겁박하고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이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이날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에 25%의 할증료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갈등을 고조시키면 전력 공급을 아예 차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연합(EU)에 대한 압박으로 EU가 방위산업 투자를 늘리고 유로화 입지 강화를 추진하는 등 역설적이게도 EU 통합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1기 때 일방주의 외교를 이미 경험한 각국 정책 당국자들이 협상에 무게를 뒀던 당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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