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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중·이란, 보란듯 밀착…"美는 푸틴에 쓸모 있는 멍청이"

■트럼프 친러 행보에 종전 구상 차질

'우크라 참전' 美부통령 사촌 직격

親트럼프 의원 "아프간보다 악화"

美국무, 우크라 영토포기 시사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하자마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11일(현지 시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위급 회담을 시작하는 가운데 러시아와의 최종 협상을 마무리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9일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사촌 네이트 밴스가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했던 인터뷰를 인용하며 미국의 종전 구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네이트는 앞서 ‘르피가로’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미국)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쓸모 있는 멍청이들(useful idiots)”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내 사촌은 푸틴 대통령을 달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그들은 완전히 틀렸다”며 “러시아인들은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호의 손길을 내민 가운데 러시아가 빼앗긴 영토를 잇따라 탈환하면서 우크라이나의 협상 카드가 사라지는 상황을 빗댄 발언으로 읽힌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낸 뒤 미·러 관계를 개선해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겠다는 구상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군사적·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수입 확대로 원유·천연가스·석탄 수출을 크게 늘렸고 반도체, 드론, 산업용 기계 등을 제공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인 친러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는 중국·이란 등과 밀착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중국·이란은 10일부터 인도양 유역에서 대규모 해군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세(勢) 과시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중국·이란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3국이 보란 듯이 군사적 밀착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미국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대외 정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親)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정보와 무기를 끊는 것에 대해 우려된다”며 “우리가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뗀다면 아프가니스탄 상황보다도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대표단은 11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종전을 위한 고위급 협상에 돌입했다. 협상단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제다를 방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미국 측 협상단의 핵심 인물인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할 수 없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군을 2014년 이전 당시 위치로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며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를 상당 부분 포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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